그리고 오늘 진료도 탈탈탈
채취일로부터 2주가 지났다. 신선 이식(채취 후 해당 주기에 바로 배아를 이식)을 했더라면 임신 테스트기를 할까말까 고민하고 있었을 수도 있던 때, 나는 생리 시작을 맞아 오랜만에 병원에 갔다.
지난주에 전화로 결과를 듣긴 했지만, 더 상세한 내용을 주치의 선생님께 들을 수 있었다. 총 16개 난자를 채취했으나, 미성숙 난자 제외하면 12개가 온전했다. 수정을 시도했고, 자연 수정이 어려워 전부 미세수정을 했으며, 이 중 9개가 수정되었다. 모두 3일 배양까지 도달했다. 5개는 1개씩, 2개는 2개씩 냉동됐다. 우리 부부에게 9개의 배아가 생겼다.
풍진 상세 검사(Adivity 점수)도 알 수 있었다. 60이상이어야 괜찮은 건데, 나는 48.8로 애매하다 판단하는 범위(40~60)였다. 1년 전에도 항체가 있었으니 문제는 없을 거라 하셨지만, 또 채혈과 재검사를 했다. (왜 계속 높은지 알 수가 없다. 의사 선생님도 알 수가 없다고 하셨다.)
*풍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 > #8. 풍진?! 그게 뭔데(https://brunch.co.kr/@lee22/18
이제 이식을 준비해야 할 때다. 배아 이식은 배아가 착상할 수 있는 도톰한 자궁 내막과 임신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프로게스테론(배란이 되면 난포에서 분비된다)이라는 호르몬을 필요로 한다. 이 준비를 내 몸에 맡기느냐, 일부 약에 의지하느냐, 전부 약에 의존하느냐에 따라 자연주기, 변형자연주기, 인공주기가 된다. 나는 인공주기로 결정됐다. 먼저, 난소가 아직 많이 부어 있어서 언제 배란이 될 지 모르는 상황이 컸고, 다음으로, 자연주기는 배란일정을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데 그러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원인이 됐다. (3일배양 배아를 자연주기로 이식하려면 정확하게 배란일 +3일에 맞춰서 이식해야 한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해당 주기에 못하기도 한단다.)
인공주기는 100% 호르몬으로 내막상태와 호르몬 수치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에 맞춰서 진행이 가능하다. 배란은 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로 주기 내 이식이 캔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약을 엄청 써야 한다. 생리 3일차인 오늘부터 에스트로겐 호르몬 약 3알(프로기노바, 총 6mg)씩 먹어야 한다. (복용법에는 하루 한 알 어쩌구 써 있지만 다 무시하기로 한다.) 이식 전 N일부터 자궁내막의 상태를 확인하며 프로게스테론(크녹산이나 프롤루텍스) 주사를 맞아야 한다. 진료일로부터 보름 정도가 경과하면 이식을 할 수 있을 걸로 예상되며, 만일 임신이 확인 되더라도, 임신 후 8주까지 경구약과 주사는 계속된다. 8주쯤 되면 태반에서 직접 프로게스테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전까진 마치 배란이 되어 난포에서 나오고 있는 양 외부에서 주입해야 하는 것이다.
먹는 약은 총 10주 정도, 주사는 총 9주 정도 맞아야 하는 셈. 주사로 따지면 60개 이상 맞아야 하는 거다. 물론 자가 배주사만 그렇고, 병원에서 맞는 주사는 별개겠지. 검색해보니 두 주사가 가장 악명이 높다. 멍들어서 멍주사, 배가 돌처럼 딱딱해져서(심지어 주사바늘이 들어가지 않기도 한다고) 돌주사로 불린다. 호르몬약은 눈알 빠지는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원무과 수납할 때부터 드릉드릉 하더니 병원 나오자 마자 울음이 터졌다. (시험관 시작하고 나서 눈물샘 고장) 나는 배란주기가 일정하고 자궁과 난소도 건강하다고 했기 때문에 자연주기로 해볼 자신이 있었는데, 난소 상태를 봤을 때 인공주기 처방이 됐고, 마음과 계획대로 되는게 없다는 생각이 또 들었고, 무력해졌다. 채취한 난자와 배아 상태 또한 마음이 안좋았다. 수정 결과를 듣고 낮은 확률에 좌절했었지만 배양 결과는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가장 잘된 배아도 중급에 그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중급이지만 임신에 전혀 문제 없다,라고 했지만 마음이 쓰였다. 기형정자가 많아서 다 미세수정한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것도 신경 쓰였다.
이제부터 나는 최소 2개월반 동안 호르몬에 절여져서 살아야 한다. 그래도 희망회로다. 임신이 됐을 때의 이야기니까. 시간 맞춰 처리할 게 많으니 생활도 제약되고, 주사를 맞으니 활동도 제약이 생기겠지. 두통 복통 멍과 주사 통증까지 함께 해야 되겠지. 걱정이 되고 두렵다. 고통을 온전히 나 혼자 감내해야 한다는 게 억울하기도 하고. 괜히 남편이 미워보이기도 하고. 시험관을 하게 된 것도 믿기지 않는데, 가장 어렵다는 동결 인공주기 이식이라니. (세상.. 재밌네?)
배아가 그래서 몇개라고요?
그 중에 내 아이가 있을까? 그거면 된다. 다 해내 줄테니 하나만 찰싹 붙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