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했던 거리, 낯선 따뜻함
젊은 시절부터 거리를 떠돌며 오랜 세월 노숙인의 삶을 살아오신 어르신. 입소 당시에는 대소변 처리도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상태이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생활이 익숙지 않으셨는지, 어르신은 계속해서 퇴원하겠다고 말씀하신다.
마땅한 거처도 없으신 상황인데도 “내가 살던 집으로 가야 한다”며 거짓말까지 하시며 자존심을 세우셨고,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신다. 아픈 몸을 이끌고서라도 다시 노숙인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으신 듯 했다.
여럿이 함께 지내는 공간 자체가 불편하신지, 따뜻하고 안정된 환경조차 자유롭지 못한 삶이라 여기시는 듯하다. 몸이 이토록 힘드신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익숙했던 지난 삶이 그리우셨던 걸까? 아니면 지금 이 낯선 환경이 너무 버겁게 느껴지시는 걸까?
노숙인으로 몸에 밴 생활 때문인지, 요양원에서의 일상은 어르신께 낯설게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미 병들고, 혼자서는 거동조차 어려운 몸이시건만, 정해진 식사 시간과 잠자리, 단조롭지만 안정된 하루가 오히려 큰 부담이 되어버린 듯하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오신 어르신. 이곳이 자신을 감금한 공간이라 느끼셨는지, 종종 경찰서에 전화를 하시며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셨다.
무엇이 그토록 어르신의 삶에서 억압이라 느껴지셨던 걸까?
왜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일상조차 거부하고 싶으셨던 걸까?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또 한편으로는 낯설게 다가왔다.
일가친척, 가족과의 교류조차 없이 오랜 세월 홀로 감내해 오신 삶. 그 시간 동안 어르신만의 방식으로 버텨오셨기에, 지금의 이 평온한 일상은 오히려 불편함으로 다가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어르신의 몸 상태는 더 이상 혼자 지낼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간섭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시며 한동안 많이 힘들어하셨다.
그래도 차츰차츰 설득하고, 다가가고, 정성과 믿음으로 어르신의 마음을 두드렸다.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시는 듯한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이 피어났다.
낮과 밤의 구분도 없이 불안해하시며, 침대에서는 좀처럼 편히 잠드시지 못하셨다. 휠체어에 기대어 웅크린 채 쪽잠을 청하시던 어르신의 모습에서, 포근한 침상보다 딱딱한 바닥이 오히려 더 편안하셨던 건 아닐까 싶었다.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 속에서 마음의 빗장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셨던 것이다. 몸에 밴 오래된 습관들이 어르신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 모든 과거를 조금씩 잊고,
하루 세 끼 따뜻한 식사를 드시고,
포근한 침상에서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내시길 바란다.
춥고 어둡고 외로웠던 지난 삶은 이제 놓으시고,
남은 시간만큼은 따뜻한 돌봄과 사랑 속에서
행복을 누리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