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에서 부모님을 빼면 얼마가 남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절약 정신이 투철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내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도 크게 아프지 않으면 병원엘 가지 않는다.
낫는 동안 아내의 콜록콜록 소리가 초기에는 안쓰럽다가도 후반으로 가면 짜증스럽게 들린다.
아내는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앓는 소리를 듣는 가족은 참 거시기하다.
나는 반대다. 병원엘 곧잘 간다.
목감기를 일주일이 지나도록 앓고 있다.
그간 병원에도 3번을 갔는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 일찍 일어나서 다른 병원엘 갔다.
아내에게 이비인후과에 왔다고 문자를 했다.
답장: 그놈의 이비인후과 계속 다니네
(사진 속 시의 일부)
입은 소리 내어 글씨를 읽지만 눈은
불씨를 탁탁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글씨들은 훌훌 날아가는 까만 재일뿐인데
타는 글도 있지만 안 타는 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