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우리 팀장 P는 우파다. 우리 팀끼리 정치 이야기를 할 때 강조하시는 말씀이 있다. "지금 젊은이들이 배곯아 봤어?"라거나 "김영삼, 김대중 둘 다 경부고속도로 놓으려 할 때 바닥에 들어 눕던 사람들이야"*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그래도 P는 계엄사태에 대해선 정확히 선을 그었다. 아마 법을 들여다보는 업무를 오래 해온 탓이려니. *두 사람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신중론을 폈던 건 사실이지만 이 주장에 근거가 된 사진은 조작된 것이라고 한다.
2013년 공시생 때 한국사 서브노트 강의로 N강사의 수업을 선택했다. 현대사에서 박정희 정권을 다룰 때 N은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적인 부분은 공적인 대로 인정해 줄 수 있겠으나 그 공이 이루어지기까지 국민들의 노력도 상당했다는 것도 알아야 하고 당시 국민들이 국가로부터 당한 피해도 인정해야 한다."
저 시기에 한국사 강사 J도 막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그에게서 EBS 국사 강의를 들었던 기억과 그가 만든 문제집을 푼 기억이 나쁘지 않아 추석 특강을 들었다. 지금 N보다 J는 훨씬 수강생이 많다. J가 초반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합격생 필기노트> 출간이다. 합격생 제자가 J의 강의를 들으며 적은 정리에 J 본인이 보완해 참고서를 낸 것이 대박을 냈다. J는 역사를 왜 배운다고 할까?
다음은 할란 엘리슨의 SF단편 <제프티는 다섯 살>의 일부다. 이야기의 뼈대는 다섯 살 때부터 주인공과 제프티는 친구인데, 주인공이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중학생이 되어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만나는 제프티는 쭉 다섯 살이란 것이다.
내겐 '진짜' 세계가, 내 가게와 내 친구들과 내 가족과 수익과 손실의 세계가, 세금의 세계가, 쇼핑의 세계가, (중략) 있었다. 그리고 내게 제프티의 세계가 있었다. 제프티와 같이 있을 때만 현실이 되는 세계가. 나는 제프티가 새롭고 신선한 것으로 아는 과거의 것들을 그와 같이 있을 때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세계를 나누는 막은 갈수록 얇아지고 갈수록 밝고 투명해졌다. 난 두 세계에서 제일 좋은 부분을 취했다. 그리고 알았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두 세계의 어느 것도 다른 세계로 가져갈 수 없음을 알았다. (중략)
내가 최대한 열심히 물건을 파는 동안제프티는 토요일 오후에 텔레비전 벽을 보면서 앉아 있었다. (중략) 내가 멍청했다. 난 현재와 그 현재가 어떻게 과거를 죽이는지 이해했어야 했다. (중략) 과거가 현재에 먹히며 고통에 차 신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