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우선 해야 할까
대중은 심리학과 친숙하다. 간단한 심리테스트부터 복잡한 MBTI까지. 그리고 "가스 라이팅", "그루밍"과 같은 심리학 용어까지. 우린 테스트 해보고, 자주 사용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회복 탄력성"이란 말이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부모들의 자녀 교육관은 서로 다르다. 큰 틀에서 한쪽은 '입시 공부를 우선 하자', 다른 쪽은 '아이의 자율성을 우선 하자'로 나뉜다. 이 차이가 크면 삼자 간에 자주 스트레스를 주고 받게 된다.
어제 만난 지인은 주말 부부다. 남편은 수도권에, 아내는 이곳과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지방 소도시에서 일을 한다. 10살 딸이 있고, 주말엔 아빠가 엄마와 딸이 살고 있는 지방으로 내려온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 아빠는 '입시공부'를 엄마는 '아이의 자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아빠는 공부 환경이 중요하니 두 여자가 수도권으로 이사 오길 원한다. 반면, 엄마는 아이가 입시 공부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이고 공부 외적 경험을 쌓기엔 지금 사는 땡땡시에서도 충분하므로 이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단다.
역시 10대 딸이 있는 직장 동료인 ㅊ형도 같은 갈등을 겪었다. '아이의 자율성을 우선 하자'는 형과 '입시 공부를 우선 하자(초등학생인 딸은 직장인이 야근하듯이 집에서 엄마의 지도 아래 학교와 학원 숙제를 한다)'는 형수님의 주장이 부딪혔다. 형수님은 '공부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근거를 드셨다. 형은 반박 논리를 만들지 못했다. 대신 절충안을 냈다. '아이의 중학교 성적을 받아보고 입시 공부에 적합하다면 지금처럼 하고, 아니라면 나의 자녀 교육관을 따라달라'
두 사연에서 어는 한쪽만 편들긴 어렵다. 대신 <한동일의 공부법>에서 본 라틴어 문장을 떠올려 본다. "Acta non verba. 악타 논 베르바. 말 대신 행동으로"
위 두 예시 문장엔 부모의 투영(투사) 심리가 녹아 있다. 자녀를 아끼는 마음에 그만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한다는 것이 도를 넘길 때가 종종 있다. *박완서 작가의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란 제목의 에세이에서 가져왔다.
사랑도 결국 '감정'보다는 '태도의 지속'에 가깝다고 누가 말했다. 삼자 간 서로를 올바른 태도로 대하는 것이 먼저다.
덧붙여, "회복 탄력성"이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접근법엔 아래 글이 도움이 된다.
적응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고유의 환경이 갖는 역사에 정확하게 맞추는 것일까, 아니면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을 지닌 환경을 추정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안티프래질의 개념은 간과한 채, 첫 번째 종류의 적응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선택에 관한 표준 모델을 수량적으로 표현하자면, 단순한 적응이 아니라 과잉보상을 의미한다. 외상후 성장의 안티프래질적 반응을 연구하던 심리학자들조차 적응의 개념을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회복력'으로 이해하고 만다. - 나심 탈레브 <안티프래질> 2장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과잉보상과 과잉반응"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