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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온유 <반의반의 반>을 읽고

내 마음이 상대에게 닿는 과정

by 복습자

마음이 상대에게 닿는 과정이란 마치 초고층 아파트 베란다 창문에서 패딩에 들은 깃털 하나를 지상의 지인에게 잡아보라고 내려놓는 것과 같다. 그래도 보통의 지인들 중 "가족"은 서로가 놓은 깃털을 1층에서 곧잘 찾아 올라오는 편이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단편 소설은 이런 '마음의 향방'을 손에 잡힐 듯 설명해 준다.


소설 <모순> 속 안진진의 엄마처럼 나도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관련된 책을 읽어 본다. 그래서 중대사인 결혼을 결심 때 서너 권의 책을 읽었다. 김환타 작가의 <유부녀의 탄생 시즌1(결혼 준비 이야기)>이 크고 작게 도움이 됐다.


그중 딸과 엄마가 부모님의 목돈을 대하는 시각 차이를 그린 장면을 보고,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딸은 엄마가 이 목돈에서 크게 떼어 결혼 자금으로 지원해 주기를 기대(하나밖에 없는 딸이니까)했다. 그런데 엄마는 엄마 기대만큼의 - 너희 아버지와 나의 노후도 대비해야 하는 - 돈을 남기고, 딸의 기대에 못 미치는 돈을 보태준다.


<반의반의 반>에서는 사회 초년생 딸, 이 딸이 초등교에 입학할 때 유책 배우자로 이혼을 당하고 옷가게를 하는 엄마, 남편을 일찍이 떠나보낸 할머니가 나온다. 요양보호사의 - 요양보호 3등급의 - 보살핌을 받은 지 서너 달 즈음에 할머니가 혼자 지내는 본인 집에 숨겨 둔 오천 만원을 도난당한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과거에 셋은 함께 살며 각자의 상황에서 빠듯한 생활을 했다. 따로 사는 지금이 그때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돈은 늘 부족하다.


엄마는 이혼할 때 합의금 이천 오백 만원이 없어서 곤경을 당했던 일, 딸이 유학비 마련이 어려워 포기했던 교환 학생 등의 일들을 떠올린다. 그 돈은 할머니 남편의 사망 보험금이었고, 할머니 본인이 가장 필요할 때 쓰기로 마음먹은 돈이었다.


한편, 할머니는 누구보다 엄마의 성정을 잘 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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