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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주 Oct 24. 2021

가짜 '고기고픔', 멈춰!

무의식적 고기 예찬을 멈춰주세요

 문득 궁금해졌다. 고기는 왜 특별할까?


 도고가 외식을 하려면 검색이 필수다. 밖에서 파는 음식 중 육류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적어서 그렇다. '한국에서는 비건하기 어렵다(는 것도 사람 나름이겠지만)'는 말이 있을 만큼 식당 메뉴 중 고기나 생선이 들어가지 않는 메뉴는 손에 꼽는다. 채식인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예 없는 곳도 있고.


 그런데 비채식인에게 고기는 특별한 메뉴다. 우울할 때는 고기 앞으로 가야 하고, 소고기를 사주는 사람은 사심을 품은 거니까 의심해야 한다. 하느님을 붙여 치느님이라고 부르기까지! 채식인 입장에서 고기는 너무 많이 쓰이는 식재료지만, 비채식인 입장에서는 더더더 먹고 싶어 안달 난 메뉴다. 오죽하면 '뭐 먹을래?' 하는 질문에 '고기 먹자!'하고 메뉴도 아닌 식재료를 댈까.


 나름 이유는 생각해볼 수 있을 거다.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지방, 소금, 산. 고기는 그중 지방이 풍부하다. 거기에 본연의 간이 없으니 소금과 산으로 강하게 양념을 해도 어울린다. 딱 혀를 사로잡기 좋은 맛이긴 하다.


 그런데 지금이 7080년대처럼 고기가 귀해서 못 먹는 시기는 아니지 않나? 먹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먹는 거고, 먹기 싫으면 안 먹는 거지.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이상한 취급을 하고, 왜인지 이유를 묻는 건 뭘까?


 도고를 따라 채식을 하면서 굳이 고기가 없어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게 되었다. 그러니까 자연히 고기의 효율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고기가 투자 대비 열량이 안 나오는 식품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물 사육을 위해 밀리는 삼림과 도축장 농장을 짓기 위한 재원들. 동물을 키우고 먹이는 데에 드는 곡식들과 부산물 처리를 위한 비용. 그리고 커다란 탄소 발자국까지. 그런데 굳이 그렇게 큰 단위로 생각하지 않아도 고기는 효율이 떨어진다. 자취생이 보증한다.


 우선 다른 식재료에 비해 비싸다. 채소는 사면 양이 많아서 버리는데 고기는 없어서 못 먹는다. 우윳값 비싼 거야 요새 큰일 난 상황이고.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라면 물가가 고만고만하니까 금액 차이가 적다고 해도, 집에서 먹는 거라면 같은 값으로 살 수 있는 고기 양이 현저히 적다.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타이밍도 짧다. 생고기는 금방 상하니까 얼리거나 빨리 먹어야 한다. 조리를 해도 식으면 기름이 굳어서 뻑뻑하고 맛이 없지. 그 대단한 치느님도 식으면 다르게 조리를 해서 먹어야 할 정도로 첫맛이 안 남는다. 다른 음식도 식으면 맛은 처음보다 떨어지지만, 고기는 특히 그 감동이 덜하다.


 게다가 그 처리는? 도고가 논비건일 때에도 벽돌집에서 고기를 잘 먹지 않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에 넣고 삶거나 하지 않는 이상 굽거나 튀기면 기름이랑 냄새가 사방에 퍼진다. 고기를 한 번 구워 먹고 나면 반나절은 환기를 해야 집에서 냄새가 빠진다. 주방 옆에 옷방이 있는 벽돌집은 그 문제가 더 심각하다. 오래된 집이라 벽도 나무에다가 문도 꽉 닫히지 않아 고기 기름 냄새가 아주 은은하게 오래간다. 고기 냄새란 자고로 먹을 때에는 그만큼 당기는 게 없지만, 다 정리하고 나서는 그렇게 역한 냄새가 없다구.


 본인을 육식주의자에 고기 러버로 지칭하던 이박이지만, 채식을 좀 해보니까 고기에 대한 객관성을 찾았다. 전에는 척추에서 반사하듯 '맛있는 음식은?' 하는 질문에 '고기!'라고 대답했는데, 요새 생각해보니까 이건 어디서 학습된 대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진짜 맛있고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해보자면, 고기 중에서는 훈제 오리 정도? 나머지는 그냥 오랜만에 먹어서 반갑다 정도지, 딱 생각날 만큼 맛있었던 고기는 아직까지 몇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회사에 가서 고기, 고기, 노래를 부른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회식 때 갈 수 있는 가장 비싼 식당이 고깃집이거든. 다 같이 둘러앉아 회사 일 말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수 있는 자리. 우리끼리 으쌰으쌰해서 좋은 결과를 낸 기념으로 갈 수 있는 자리. 지금의 한국에서는 그런 곳이 '고깃집'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고기에는 그 원형의 것에 비해 너무 큰 가치가 걸려 있다. 이거야 말로 7080년대 고기를 못 먹는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닐런지? 그 먼 옛날 아버지가 사 오신 시장 통닭 감성이랄까.


  먹는 양이 많은 사람들이 식단 조절을 할 때, 몸에서는 가짜 배고픔을 만든다고 한다. 내 몸에 필요하지는 않더라도, 몸에 익숙한 만큼의 칼로리를 얻기 위해 신체를 배고픈 것처럼 속이는 거라고.

 아! 고기 먹고 싶다! 하는 습관성 문장도 '가짜 고기고픔'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제 주말에 집에 있으면 삼겹살 생각이 나지 않거든.


 호옥시!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니, 고기 좋아하는 사람 존중 안 해줘? 눈치주는 거야?"

 오해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이 글은 고기를 먹지 말자는 글이 아니다. '고기가 맛있다'라는 고정관념을 한 번 되돌아 보자는 취지다. 애초에 나도 논비건인걸.

 (그리고, 육식은 그동안 지나치게 존중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동물과 환경, 심지어 같은 인간까지 육식 뒤에 가려져 있으니.)


 아무튼, 나는 여전히 고기를 먹는 사람이지만 이제 고기에 대해 객관적이다. 내가 먹고 싶을 때만 고기를 먹고, 아닐 때는 먹지 않을 거다. 선택지가 없을 때, 무의식적으로 날 고기 앞으로 이끄는 고정관념을 이제는 벗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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