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쭈, 처음 우산을 펴다
비가 오면 엄마는
“학교 가느라 고생이다.” 하셨다.
준비물이라도 있는 날이면
휴— 하고 한숨이 먼저 나왔다.
나의 학창 시절 비는 낭만과 거리가 멀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인쭈와 비 오는 날을 즐기려고
노란 우의를 주문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오늘,
다시 비바람 부는 날이 찾아왔다.
“엄마, 밖에 나가고 싶어.”
바람이 잠잠해진 사이
인쭈와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이제는 내 옆에서
혼자 우산을 들고 걷는 인쭈.
볼 때마다 귀엽고, 또 기특하다.
“엄마, 역으로 지나서 갈까?”
“그래!”
역사 내, 미끄럼 주의 표지판.
비 오는 날의 다른 그림 찾기 하나.
8자 걸레질 하시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출구 앞에서 인쭈가 안간힘을 쓴다.
“으으으… 이제 된 거야???”
“오!!! 폈어!!”
“됐다~~~ 이히히.
엄마 것도 해줄게!
우산 피는 거 너무 재밌다~!”
#처음우산을편날
(아이의 처음은 언제나 설레는 기록이다.)
마트 안.
“빗물제거기다!”
다른 그림 찾기 둘.
엄마 우산까지 털어주는 인쭈의 작은 서비스♡
엘리베이터 앞.
웨이브 머리의 여자가 아이스크림 상자를 들고 있다.
“우리 친구도 저런 거 드시는데.”
내가 말하자,
“맞아, 우리 친구도 저런 거 드셔~”
맞장구치는 인쭈.
해맑게 웃는 아이의 얼굴이 사랑스럽다.
아이스크림 가게 도착.
“어떤 걸로 드릴까요?”
호기심 많은 인쭈는
새로 나온 캐릭터 케이스를 골랐다.
아이스크림을 품에 꼭 안은 인쭈와
다시 비바람 부는 횡단보도에 섰다.
"초록불이다."
우산이 비뚤어져도
하얀 선 따라 깡충깡충,
아이는 웃으며 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따라 웃는다.
집에 돌아와 보니
내 반바지는 축축이 젖었지만
인쭈는 여전히 즐겁다.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즐겁다.
비 오는 날의 낭만은
이런 게 아닐까.
#빗속에서웃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