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도착한 여름의 바다
기분 좋은 어느 일요일.
가족과 함께 로컬푸드 마트에 들렀다가 파란 간판 횟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회 한 접시 사갈까?”
해산물을 좋아하는 남편이 종종 포장해 오던 집.
나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매장을 가득 채운 바다내음이 밀려왔다.
순간, 속초수산시장 한가운데에 와있는 듯했다.
(어릴 적 해산물은 입에도 못 댔던 나.
그때였다면 도망쳤겠지ㅎㅎ)
산오징어 두 마리
24,000원!
벽에 붙은 메뉴판을 천천히 훑고 있는데,
수족관 앞에서 인쭈와 멍게를 구경하던 남편이 말했다.
“자기 먹고 싶은 거 골라봐.”
아침부터 뻐근한 목을 잠시 뒤로 젖히고
익숙한 이름들을 따라갔다.
광어, 우럭, 도다리, 참돔.
내가 고르는 건 늘 정해져 있다.
문득 지난달 다녀왔던 속초의 오징어물회 맛집이 떠올랐다.
남편과 8년 전 함께 갔던 추억의 장소.
여행의 피날레로 기대했건만,
물회 국물 속에 오징어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 비싸서 넣으면 오히려 손해예요."
사장님의 미안한 웃음에 아쉬움을 삼키고 서울로 올라왔던 그 날.
"여보, 오늘은 산오징어 먹자."
잠시 후,
인디 락밴드 기타리스트 같은 헤어스타일의 사장님이 수족관으로 걸어가며 한마디 건넨다.
“어제랑 가격은 똑같은데, 오늘 건 크기가 더 커요!”
장사는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사는 일이라 했던가.
포장된 오징어회를 들고 나오는데,
괜히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이랑
초고추장 듬뿍 찍어 상추쌈에 오독오독.
"아~"
입안 가득 찬 첫 한입.
일요일 오후의
작고 맛있는 행복이었다.
#한점의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