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행운의 인형이니까

by 끌림씨


“엄마가 챙겼지?”

“응.”

버스에서 인쭈와 나눴던 대화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카페에 도착해 가방을 정리하는데,

인형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까지 뒤졌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인쭈야, 엄마 가방에 인형이 없어...

우리 어디 어디 갔었지? 다시 가서 찾아보자.”


인쭈는 말이 없었다.

얼른 찾으러 가자고 조르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토끼 놀이터, 아이스크림 가게,

미끄럼틀이 있는 공원, 그리고 잡화점까지

하나하나 지나온 길을 되짚어봤지만,

수달 인형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인쭈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인형이었다.

밖에 나갈 때마다 함께 다니고

잠들 때도 손에 꼭 안고 자던 아이.

“인형 안고 자는 어른도 있어?”

잠들기 전 내게 묻던 날이 생각났다.


‘행운의 인형’

그 이름이 참 잘 어울렸는데⋯

그렇게 소중한 걸 내가 지켜주지 못했다.


“인쭈야... 다른 수달 인형 찾아볼까?”

인쭈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기 수달 인형을 골랐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엄마, 새 인형이 올 때까지

인형 만들기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아.”


오히려 나보다 더 담담한 인쭈가

대견하고 고마웠다.


지금 몇 시지?

시계를 보니 8시 25분이었다.

문구점까지는

거리 2.8km. 예상 도보 시간 47분.

9시까지 갈 수 있을까?

인쭈를 더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 인형 많이 있어.

문 닫아도 괜찮아.

예쁜 수달도 새로 생기고,

내일 파티하자.”

인쭈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나는 유모차 손잡이를 꼭 쥐었다.



등줄기에 흥건하게 베인 땀.

여름의 밤거리를 달리고 달려

폐점 6분 전 간신히 문구점에 도착했다.

후문은 닫혀 있었지만,

정문은 아직 열려 있었다.

가뿐 숨을 고르며 인형 꾸미기 키트를 들고 나왔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현관문으로 달려간 인쭈는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귀엽다.”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는데

같이 인형을 보고 있던 인쭈가 말했다.

“뭐 들고 있었더라?”

“응?”

“행운의 인형."

"아... "

"오리. 걔는 코가 길쭉하게 생겼었어.

그래도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안 좋은 생각이니까 언젠가 없어지겠지?”


그리고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어제 좋은 꿈을 꿨는데...

내 행운의 인형이 다시 돌아와서 바꾸고 잔 꿈을 꿨어.”

말을 마친 인쭈가 귀엽다며 새 인형을 쓰다듬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인쭈의 행운의 인형은 잘 지내고 있을 거야.

행운의 인형이니까.”

“맞아.”

그 말에 가슴이 아렸다.


잠시 후,

인쭈가 책가방을 찾길래 가져다주었다.

“엄마, 나 인형 매달았어. 짜잔~ 귀엽지?

이러면 떨어질 일도 없고. 가자! 렛츠고!”

씨익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밤우리는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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