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 그 끝에 서 있던 바다
"좀만 있으면 도착이야."
"엄마... 너무 졸려."
결국 인쭈는 차 안에서 잠들었다.
오늘 해가 뜨자마자 “아침이야?” 하며 일어난 인쭈였다. 새벽에 누웠다가 비몽사몽 깼던 나는 이렇게 찾아온 고요를 얼른 붙잡고 눈꺼풀을 내렸다.
"안 내려?"
"난 차에 있을래."
"그럼 나는 한번 둘러보고 올게."
잠시 후, 다시 돌아온 남편이 말했다.
"자기야, 안 보고 가면 후회할 것 같아.
인쭈는 내가 안을게.
같이 가서 잠깐이라도 보고 오자."
‘아... 그냥 여기 돌처럼 앉아서 꼼짝 않고 자고 싶다...
모처럼 찾아온 낮잠 찬스인데…’
모래가 들어간 듯 따가운 눈을 껌뻑이며 차에서 내렸다. 잠든 인쭈를 안은 채 주차장을 터덜터덜 빠져나왔다.
찻길을 건너자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오르막이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쯤 걸었을까.
바다로 내려가는 마지막 계단에 발을 딛는 순간,
끝없이 펼쳐진 평온한 오후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와~ 바다다!
인쭈야, 일어나서 같이 놀래?"
인쭈는 어느새 깨어나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남편 손을 잡고 걸어갔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싶다며.
햇살이 잔잔하게 내려앉은 모래 위로, 두 사람의 발자국이 스며들었다.
"인쭈야, 갯벌 흙 밟으니까 어때? 미끌미끌 재미있지? 손으로만 만지던 클레이를 발로 밟는 기분이야. 너무 신난다."
인쭈와 손잡고 맨발로 처음 밟아 본 갯벌의 부드러운 감촉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철썩철썩 파도치는 바닷물을 한가득 담아와 함께 모래성을 만들었다. 금세 무너질 걸 알면서도 정성껏 쌓은 우리만의 작품이었다.
어느덧 바다 위로 붉은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해를 등지고 웃음 짓는 아주머니들,
조용히 파도를 바라보는 모녀,
다정히 어깨를 맞댄 젊은 연인들.
모두가 그 자리에서,
이 순간의 석양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안녕~ 내일 또 만나."
저무는 해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던 인쭈가 말했다.
"아빠, 해수욕장 엄청 멋졌어."
잔잔한 물결처럼, 가슴에 감동이 밀려왔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행복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요, 나의 가족들♡
#그여름해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