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그림책 만드는 날

반짝이던 여름의 끝, 우리는

by 끌림씨


며칠째 이어진 폭염 속에서

온통 흐린 하늘이 반가웠던 저녁이었다.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은 여섯 시,

커피숍의 은은한 불빛을 스쳐 도서관으로 향했다.


“여기에서 만나기로 한 거예요?”

“응, 저 끝으로 가면 돼.”

우리는 평소에 발길 닿을 일 없는 서고를 지나 강의실로 향했다.


자리마다 분주한 손길.

미리 도착했는데도, 작업은 이미 한창이었다.

입구에 놓인 파일을 챙겨 인쭈와 함께 빈 책상을 찾아 앉았다.

자가 없네?

잠시 당황했다가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바닥에 깔려있는 매트에 대고 자르기 시작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지나가던 강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싹둑싹둑, 인쭈의 손끝이 바빠졌다.

“두 장만 더 하면 끝이야.”

옆자리에 아주머니가

"몇 살이야? 가위질을 엄청 잘하네"하시자,

인쭈는 "집에서도 했거든요." 하고는 작게 속삭였다.

"너무 잘해서 7살은 된 줄 알았대."

수줍어하는 인쭈의 모습이 더 귀여웠다.


한 장 한 장 그림을 풀로 붙이고서

얼마나 붙였나 책을 넘겨보던 인쭈가 말한다.

"벌써 많이 된 것 같은데,

이제 이 만큼밖에 안 남았어."

"둘이 하니까 금방 끝나네.ㅎㅎ"

"오늘 다 만들어서 기대돼.

앞의 그림 예쁘게 됐어!"

조금은 울룩불룩하고 풀자국도 있지만, 괜찮아.

오늘 함께한 이 시간이 소중한 거니까.


마지막 표지를 붙이자

인쭈가 책을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엄마, 읽어줘.”

우리가 만든 책을 직접 읽어달라니⋯

햇살이 스미듯 마음이 뭉클해졌다.


다음 날,

사서님이 도서관에 전시된 그림책 사진을 보내주었다.

“우리 거 여기 있다!”

인쭈가 핸드폰 화면을 가리키며 활짝 웃는다.






"뜻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 마음 어딘가엔 여전히

반짝이는 행운이 머물고 있으니까요."


기적처럼 뽑은 수달 인형을 잃어버렸던 날,

인쭈와 나눴던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함께 작은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림책 속 한 장면처럼,

엄마의 기억 속에도, 인쭈의 마음속에도,

오래도록 반짝일

행운의 수달 인형 이야기.



#여름이남긴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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