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깃든 아프리카의 타악기
우리는 흔히 타악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영혼의 두드림’이나 ‘영혼의 울림’이라는 표현을 곧잘 쓰곤 한다. 다른 나라의 타악기의 경우도 그렇지만, 특히, 아프리카 타악기의 경우 이런 표현은 무척 잘 어울리고 잘 들어맞는다고 느껴진다.
아프리카는 음악활동이 개인적 삶과 일에 직결되어 있기도 하나, 일반적으로는 부족의 행사, 사회적 행사로 많이 이뤄진다. 사냥 축제, 기우제, 할례 의식, 종교의식 등을 통해 부족 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음악이다. 아프리카 음악은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구두로 전해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음악과 춤은 아프리카의 음악적 표현을 특징짓는 활동이며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 음악은 리듬 사용에 있어 아랍과 인도를 제외하고는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고도의 복잡성과 묘기를 보여준다. “아프리카인들은 머리에 메트로놈이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타고난 리듬감이 아프리카 음악의 특징이다.
아프리카인들은 북에 세 가지 영혼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첫째, “나무의 정신”, 둘째, “동물의 정신”, 셋째, “나무를 자르고 북을 조립하는 사람의 정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다. 짐작컨데, 아프리카인들은 타악기에 대해 특정 동식물을 신성시하는 ‘토템 미즘’(totemism), 초자연적인 정령숭배 사상인 ‘애니미즘’(animism) 또는 주술적 ‘샤머니즘’(shamanism) 등을 믿고 있었던 것이 아닌 가 생각된다.
어디 그뿐인가? 북에 깃든 세 가지 영혼뿐만 아니라, 바로 그 북을 치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북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마치 북과 연주자, 이를 지켜보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하나가 된 듯 혼연일체로 몰입되어, 주술에 빠진 듯, 제사인지, 축제인지 조차 구별이 안 되는 그 무엇에 홀려 미친 듯한 음률에 맞춰 특유의 리듬감으로 원초적 몸놀림을 하면서 마치 굿판과도 같은 거대한 불덩이를 이루고 있지 아니한 가!
1) 젬베(djembe)
젬베는 약 400~8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13세기 서아프리카 지역(지금의 기니, 말리 등)에 세워진 옛 말리왕국에서 만들어졌다. 이 말리왕국의 문화권을 만데(Manden) 문화권이라고 부르는데, 젬베를 비롯한 그 시대 그 지역의 악기를 만든 만데악기라 칭한다.
젬베는 "모두가 평화롭게 모인다"라는 뜻으로, 절구통 모양의 몸통에 염소가죽으로 북위를 덧댄다. 링을 제외하고 젬베의 크기는 30~38cm(12~15인치)이고, 높이는 8~63cm(23~25인치)이다. 젬베를 연주하는 사람은 구전 역사를 책임지는 음악가이다. 전통적으로 젬베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만이 젬베를 연주할 수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젬베는 아프리카 음악 애호가 등 일부 사람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프리카 전통 악기인 젬베가 세계로 퍼진 것은 로렌트 쉐발리어(Laurent Chevallier)가 1991년 제작한 다큐멘터리인 젬베 폴라(Djembefola)와 케냐 출신의 연주가인 마마디 케이타(Mamady Keita)의 역할이 컸다.
* 젬베 폴라 DVD 표지
두 살 때부터 젬베를 잡았다는 케이타는 7살 때 정식으로 젬베를 배우기 시작하여, 14살 때 국립발레단에 들어가 뛰어난 젬베 솔로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케냐의 정국이 불안해지자 프랑스로 건너가 유럽에 젬베와 서아프리카 전통음악을 전파하게 되었다.
케이타는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존중 없이 젬베를 연주하는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까지 말했다. 13세기부터 지금까지 700~800년간 이어져 온 아프리카의 젬베와 그 연주법은 오랜 역사를 통해 수많은 연주자들로부터 검증받은 방법으로 켜켜이 쌓여 온 것이다. 유행처럼 젬베를 구입하거나 대충 때리면 소리 난다고 그냥 마구 연주해 대는 실력 없는 밴드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문인 이유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악기가 인정받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젬베가 문화적 맥락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이들의 전통 리듬이 제대로 연주되지 않고 있는 것을 듣고 좌절하는 것이다. 젬베는 그냥 드럼이 아니라 “정신이 통하는 그릇”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2) 발라폰(balafon)
발라폰은 ‘악기’를 뜻하는 발라(BALA)와 “악기를 연주하다”는 뜻의 포(FO)가 합쳐진 단어인데. 악기뿐 아니라 악기를 연주하는 행위까지 아우르는 이름인 것이다.
발라폰의 구전 역사는 적어도 서기 12세기 말리제국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니에서 탄생한 실로폰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라폰이라고 불리는데, 이 악기는 진동용 조롱박을 깔고 그 위에 판 모양의 나무를 건반으로 늘어놓고 말렛으로 두드려 연주한다.
건반은 높이 27~40cm, 넓이 2~4cm, 두께는 2.5cm 이하이며, 주로 자단나무로 제작된다. 건반이 클수록 저음을, 작을수록 고음을 낸다. 건반 아래에는 조롱박 여러 개가 위치해 있는데, 울림통의 역할을 한다.
발라폰은 지금의 마림바의 옛 조상이라 할 수 있는데, 2008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3) 음비라(mbira)
음비라는 3~14개의 가느다란 금속 떨림판인 타인(tine)을 부착한 나무판으로 아프리카의 악기이다. 두 손으로 악기를 붙잡고 엄지손가락으로 타인을 잡아당겨서 연주한다. 약 3,000년 전에 나무나 대나무로 된 악기가 아프리카 서해안에 나타났고 금속으로 된 라멜로폰이 약 1,300년 전에 잠베지 강에 나타났다.
음비라는 짐바브웨를 대표하는 전통악기로서 조상들의 영혼을 불러오는 제사에서 주로 연주된다. 짐바브웨에서는 조상신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후손들을 돕기도 한다고 믿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사람들과 조상신을 연결시키는 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비라(mabira)라고 불리는 이 의식은 보통 밤새도록 이어지는 마을행사이며 여기에서 행하는 음비라 연주와 춤은 조상신이 내려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아프리카 음악은 ‘타악기적’이라 표현되기도 한다. 주로 타악기를 연주하는 음악이 많다는 얘기도 된다. 아프리카에는 다양한 악기들이 많은데 그중 타악기가 가장 많다. 수많은 타악기가 있고, 원시적인 형태로 대부분 손으로 연주하는 ‘핸드 퍼커션’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아프리카는 “타악기의 발상지”, “타악기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