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기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나?
타악기를 분류하는 방법을 살펴보기 앞서, “악기를 분류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분류하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비록 악기마다 생김새와 음색은 다를지언정 '비슷한 것'들이 있다. 비슷한 형태와 연주법을 가진 악기들은 함께 모여 일종의 군(群)을 형성하고, 같은 악기군 내에서의 유사성과 서로 다른 악기군끼리의 차이점은 연주 시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음대에서는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등 연주 형태에 따라 악기를 분류하는데, 14세기 장 드 무리스(Jean de Muris)가 나눈 분류체계이다. 그런데 이것은 일견 알기 쉽고 편리한 분류법같이 보이지만, 중복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피아노는 건반을 손가락으로 치기 때문에 타악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의 프로코피예프(Prokofiev)는 피아노를 타악기처럼 취급해 내려치듯 두들겨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러나 피아노 건반은 피아노 내부의 해머를 들어 올려 현을 울려서 소리를 만들어 내므로 현악기로도 분류할 수 있고, 건반악기로도 분류할 수 있다.
예전에는 악기를 만드는 ‘주요 재료’에 의해 타악기를 분류하였다. 일종의 물리학적 방식인데, 쇠, 돌, 실, 대나무, 박, 흙, 가죽, 나무 등 8종의 재료를 ‘팔음’이라 부르고 이에 따라 분류하였는데, 기원전 2,000년부터 중국에서 내려오는 분류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재질에 의해 분류하는 것은 요즘은 잘 쓰이지 않고 있어 여기서는 대표적인 분류 방법 두 가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먼저, 포사이스(Forsyth)는 타악기를 음높이(pitch)를 갖는 ‘음악적 소리’를 내는 것들(Those which produce noise but not musical sounds of a definite pitch)과 그렇지 않고 ‘비음악적 소리’를 내는 것들(Those which produce sounds of definite musical pitch)로 분류한다. 전자는 ‘유율 타악기’로 일컬어지는데, 마림바, 팀파니, 실로폰 등이 대표적이고, 글로켄슈필과 비브라폰 등도 있다. 후자는 ‘무율 타악기’로 부르는데 스네어 드럼과 같은 드럼류, 심벌즈, 탬버린 등과 같은 악기를 들 수 있다.
유율 타악기(pitched percussion instrument)
Chimes/Tubular bells,Crotales,Glass harmonica,Glass harp,Glockenspiel,Handbells,Marimba,Mridangam,Rototom,Steelpan,Tabla,Timpani,Tuned Triangle,Vibraphone,Wind chimes,Xylophone,Xylo-marimba.
무율 타악기(unpitched percussion instrument)
Bass drum,Castanets,Cymbals,Rainstick,Slapstick or whip,Snare drum,Tamtam,Tom-tom.
오스트리아의 에리히 폰 호른 보스텔(Erich von Hornbostel)과 독일의 쿠르트 작스(Curt Sachs)는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연주하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에 초점을 두었다. 악기 그 자체만 관찰하자는 것이었다.
호른 보스텔-작스는 포사이스의 2분 법적 분류가 너무 피상적이고 다양한 악기 분류법으로 미흡하다고 생각해 4가지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타악기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이디오폰(idiophone)으로, 악기의 타격을 받은 부위 자체가 진동해 소리가 나는 악기를 말한다. 심벌즈, 실로폰, 트라이앵글, 꽹과리 등 대부분의 타악기가 여기에 속한다.
(2) 멤브라노폰(membranophone)으로, 악기의 몸통에 씌워놓은 막이 진동해 소리가 나는 악기를 말한다. 스네어 드럼, 팀파니 등 거의 모든 북 종류가 여기에 속한다.
(3) 코르도폰(chordophone)으로, 악기에 걸어둔 줄이 진동해 소리가 나는 악기를 말한다.
(4) 에어로폰(aerophone)으로,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가 나는 악기를 말한다. 휘슬, 사이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쉽게 타악기를 설명하고자 할 때, 확정된 음높이를 갖는 타악기와 그 외의 음높이가 불확정적인 타악기로 분류하기도 한다. 혹은 그 악기의 주요 역할에 따라 선율을 표현하는 타악기(건반 타악기)와 리듬을 표현하는 타악기, 그리고 특별한 효과를 위한 타악기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타악기의 역할은 작곡가의 의도에 의해 여러 가지로 발휘될 수 있으므로 그리 논리적인 분류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실제 타악기 연주자들 중에서 위와 같은 분류 이름을 알고, 이 이름대로 분류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처음 레슨을 시작할 때 선생님으로부터 이렇게 분류해서 배우지 않을뿐더러, 알아도 크게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팀파니, 마림바, 스네어 드럼처럼 대표적인 타악기 이름으로 분류한다.
타악기는 모든 악기 중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종류도 수없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성격과 사용법 또한 매우 다양해, 모든 타악기들을 단순히 2가지 또는 4가지 기준 등으로 분류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그 유용성이나 의미도 크게 찾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