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타악기와 떠난 인도네시아 발리
2018년, 나는 싱가포르 국립대 음대 2학년이었고, 학업과 연습에 지쳐 있던 와중, 학기가 끝나고 평생 안 올 것만 같던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음학대학의 계절학기 프로그램은 보통 학과들의 과목과 달리 특이했다. 내가 신청하게 된 과목은 인도네시아 전통악기를 배우는 과목이었는데, 학생들이 직접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3주 동안 가서 그 나라의 전통 악기뿐만 아니라 의상, 춤 그리고 인형극 까지도 배울 수 있는 과정이었다.
여행비와 숙식, 항공료까지 모두 제공한다는 학교 측의 말에 나는 바로 신청을 했고, 서류심사를 통과한 뒤 인터뷰를 마친 후에 합격을 하여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타악기를 전공하신 한 분의 교수님과, 8명의 학생들이 같이 여정을 떠났다.
3주라는 기간 동안 매일 아침 9시부터 우리는 가말란(Gamalen) 이라는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모양은 마림바와 흡사한 건반악기이지만, 쇠로 만들어진 재질에 소리도 독특했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가서 악기들을 배우는 도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연주자들이 악보를 쓰지 않고 연주를 한다는 것이었다. 예부터 귀로 음을 익혀 패턴을 외우고, 신을 숭배하는 멜로디를 자주 연주했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정말 자다가 일어나서도 바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그 음악에 익숙해져 있었고 준비되어 있었다.
그들은 음악을 직업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끼리 삼삼 오오 뭉쳐서 함께 즐기는 것이었다. 나는 거기서 많이 놀랐고, 속으로 반성도 했다. 이런 것이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해야 나올 수 있는 자세구나라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들의 정성은 정말 놀라웠는데, 가죽으로 만든 납작한 인형을 한 땀 한 땀 잘라서 자연색소로 색을 입히고서 빛을 비추어 그림자를 보여준다. 그 그림자 인형극이 펼쳐지는 뒤에서는 가말란(Gamelan) 악단이 연주하며 배경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며 깔아주는데 정말 놀라웠다. 그림자 인형극도 신기했는데 음악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경험은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클래식 음악, 타악기와는 많이 달랐고, 역시 음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음악의 목적도 다들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깨 닳게 해주는 값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