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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기타 Dec 17. 2023

뒤셀도르프 연가 2

쾨닉스알레

  독일, 뒤셀도르프.  유럽 여행을 생각할 때 첫 번째로 선호되는 나라, 도시는 아니다. 2022년 1,170만의 관광객으로 세계 아홉 번째 순위를 기록하였다. 유럽 여행의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개인에 따라 다르겠으나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 파리가 있는 프랑스 또는 스페인을 우선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뒤셀도르프 역시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쾰른보다 먼저 선택되는 도시는 아니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주도(州都)로 우리나라 전주시(65만명)와 비슷한 인구 62만명으로 쾰른 다음인 7번째의 도시다. 독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국제적으로 상업 도시, 금융, 패션과 박람회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로렐라이 언덕’이라는 시로 잘 알려진 ‘하인리히 하이네’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인류문명이 강 유역에서 발전하였듯이 독일의 많은 도시 또한 라인강과 접하고 있다. 뒤셀도르프는 라인강과 지류인 뒤셀강이 합치는 지역으로 도르프(Dorf)란 마을을 의미함에 ‘뒤셀강 유역의 마을’이란 뜻이다. 라인강 동쪽으로 구시가지(Altstadt), 서쪽으로 현대적인 상업 지역이 자리하고 있다. 라인강은 도나우(다뉴브)강, 볼가강과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강으로 스위스 알프스에서 발원하여 6개국을 거쳐 북해로 흘러 들어간다. 


  우리와 수교한 지 140년이 되는 독일은 맥주와 축구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였으나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역사상 전례 없는 신속한 경제 복구와 부흥을 이룩하였다.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함께 생활 수준도 크게 향상됨에 따라 광부·간호사 등의 힘든 일을 꺼려 탄광, 병원에서 필요한 노동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경제개발을 위한 돈과 청년들의 일자리가 절실했던 우리나라 상황과 맞물려 국가 간의 협정이 체결되어 63년 광부, 66년 간호인력이 파견되었다. 그 후 70년대 후반 파독이 종료되기 전까지 2만여 명의 우리 세대의 형과 누나들이 일자리를 찾아 독일(서독)로 온 것이다. 2014년 개봉되어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 전후로 태어나 파독 간호사, 파독 광부로 독일로 간 한국전쟁 세대의 삶에 관한 영화로 우리 가족과 유사한 점이 많아 마침 어머님 병문안 차 귀국했던 누님과 다시 보았다. 영화의 몇 장면에 대해 실제로도 저랬냐는 물음에 ‘저것보다 더했지’라는 누님의 독백 같은 대답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맹국으로 독일과 가까운 일본의 경우 상사원 위주로 독일에 진출하였으나 우리는 광부, 간호사 같은 노동 인력이 진출하여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 근면하고 성실함 등으로 우리나라와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구축되었다. 방문 때마다 공항 마중이며 집으로 식사 초대하는 독일인 이웃 제시카(Jessica) 가족과의 교류를 통해 그런 점을 알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서로 왕래해 온 이 가족은 K푸드 열풍이 불어오기 훨씬 전부터 누님을 통해 한식 예찬론자가 되었다. 특히, 한식의 대표적 발효식품인 김치 마니아로 손수 담가 먹기도 하는 독일인 이웃이다. 안탈리아 여행도 제시카 가족의 적극적인 추천 덕분이었다. 튀르키예 지중해 연안의 도시 안탈리아는 스페인 다음으로 독일사람들이 선호하는 휴양지다. 안탈리아 출국 이틀 전 미루고 있던 뒤셀도르프 시내 관광을 위해 집을 나섰다.

 

  뒤셀도르프는 독일 거주 한국인에게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독일에서 제일 큰 규모의 한인 마트에는 라면, 두부, (삼각)김밥, 떡, 정육 등을 비롯하여 한국의 마트에서 팔고 있는 웬만한 한국 식품과 식재료가 있어 식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타국 생활에 지치고 힘들 때 고향과 어머니 손맛을 느끼게 하는 음식만큼 힘이 되는 것이 또 있을까. K푸드 열풍으로 교민 외 많은 아시아 사람, 무슬렘, 독일사람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마트 근처에 한국 음식점, 카페, 한국식 제과점 등 다양한 한국상점이 있다.      

  같은 주의 최대 도시 쾰른이 옛 도시라면 뒤셀도르프는 현대적 건축물과 패션, 패션산업 등의 현대적 매력이 있는 도시다. 시내 중심가인 쾨닉스알레(왕의 거리)에는 청계천보다 큰 하천이 흐르고 있다. 하천 양쪽 길에 줄지어 늘어선 가로수와 함께 사계절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마침 방문한 11월이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된다고 하였다. 뒤셀도르프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인증샷을 찍는 최고의 명소로 유명하다. 도로 서쪽으로 은행, 금융기관 등이 있고, 동쪽으로는 샤넬을 비롯한 세계 유명 브랜드 부티크 상점과 명품가게가 즐비하다. 가게 앞 노천카페는 맑은 날이면 한껏 멋을 부린 남녀들이 이곳에 앉아 담소하며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과 패션 감각을 품평하는 것을 즐기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내 관광의 중심은 구시가지 알트슈타트다. 유럽의 도시가 대부분 구시가지를 잘 보존하고 있듯 라인강과 가까운 이곳의 면적은 1㎢에 불과하나, 300여개의 바, 댄스 홀, 다양한 레스토랑, 양조장이 모여 있어 뒤셀도르프 전통 맥주인 쌉쌀한 풍미의 ‘알트비어’와 대중문화를 느껴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라 생각된다. 독일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생가가 서점으로 남아있어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비롯하여 문학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라인강가의 슐로스툼Schlossturm은 원래 궁전이었으나 지금은 선박 박물관이 되어 있다. 요한 빌헬름이 자신의 황금기 시절 살았던 곳으로 몇 차례의 화재로 전소하여 지금은 타워만 남아있다. 가까이 있는 천년 역사의 람베르투스 성당과 함께 라인강의 풍경을 한껏 우아하고 고풍스럽게 연출하고 있다. 라인강변 아래쪽의 라인 타워(Rhein TV Tower)는 서울의 남산타워와 같이 시내 어디에서든 잘 보이는 명실상부한 뒤셀도르프의 랜드마크이자 전망대로 1981년 세워졌다. 높이 240M로 168층의 전망대에 오르면 뒤셀도르프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저녁에는 라인강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벤라트 궁전은 두 번째 발걸음이다. 수년 전 처음 다녀갔을 때 더 이상 손댈 곳이 없는 잘 가꾸어진 공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바로크 양식으로 보기 드문 분홍색의 건축물로 산책하기에 좋은 숲과 호수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은 평안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유럽을 여행하다 느끼는 점은 역사적인 문화유산이 대부분 석조 건축물이라는 점이다. 목조 건축물이 대부분인 우리의 경우, 전쟁이나 화재를 겪고 나면 대부분 전소 또는 소실되어 버리는 경우와 달리 유럽의 경우 일부만 파손되거나 복구가 용이하여 그런대로 유적의 원형이 잘 보전되고 있다는 점이 부럽게 느껴진 하루였다.     

 

쾨닉살레 노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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