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수필집 한 권을 출간했다. 생애 최초로 내 이름의 수필집이다. 기쁘고 후련했다. 10년 전의 꿈을 이룬 것이고, 글쓰기 공부의 결실이기에 더욱 그랬다. 등단의 기쁨도 이에 못지않았다. 많은 축하와 기쁨을 함께한 등단이었으나 내 책 한 권을 나눌 수 있는 출판의 기쁨이 더 컸다. 문학회 동인들과 가족들의 축하 속에 출판기념회를 했다. 꿈같은 일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의 감격과 흥분의 여진을 느낀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10여 년, 글공부를 시작한 지 3년, 등단 2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내 책을 출판하고 출판기념회를 하게 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일이다. 여기에 책 안쪽의 내지에 어색하고 쑥스러운 마음으로 저자 서명도 해보았으니 이는 지금까지 누려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반세기 세월을 월급쟁이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전 직장에서 36년, 아파트관리소장으로 13년 차다. 정년퇴직 후, 치밀한 계획과 사려 깊지 못한 퇴직자가 벌인 사업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증명이라도 하듯 보여주고 사업을 접었다. 다시 월급쟁이로 시작한 일이 아파트 관리소장이다. 앞으로 이 생활을 얼마나 더 영위할 수 있을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나만의 희망으로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아직 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특별한 신체적 이상 증상이 없는 것도 부모님께 감사한 일이며, 연령 기준으론 최적의 범주를 벗어났음에도 아파트관리소장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허락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짧고 굵은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었기에 괄목할 만한 일을 이룬 것도 없다. 그렇다고 머리 숙여 가며 길고 가는 삶을 이어 온 것도 아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성실한 삶을 추구한 많은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이다. 등단과 내 책 한 권의 꿈을 품을 수 있었고, 책 속에 풀어낸 것도 그런 보편적인 삶과 관련한 직장, 가족과 이웃 그리고 글에 관한 이야기였다. 두드러질 것도 없는 그런 삶을 살아왔기에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거나 살아온 이들의 공감은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할 일이 하나 남았다. 책 한 권을 출판하고 출판기념회까지 했으니 이보다 더 큰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끝난 것이 아니다. 등단이 종착지가 아닌 출발지였으니 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없다. 또 한 권의 출판을 꿈꾼다. 그 한 권의 출판이 끝나면 다시 한 권의 꿈을 꾸어 보리라. 그런 꿈을 품고 가는 한 남은 삶이 결코 지루하진 않을 것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나와'라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고 나와'라는 충고로 새겨듣는다.
책 한 권 출판한 일이 올해 잘한 일이나 두 번째, 세 번째 내 책 한 권의 꿈을 꾸고 이를 향해 꾸준한 글쓰기를 하겠다는 다짐과 실천이 올해 가장 잘한 일이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