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따사로운 빛을 발하던 별이 떨어졌다. 평생토록 머리 위를 맴돌며 주위를 포근히 감싸주리라 믿었던 별이다. 평온한 저 하늘에도 광풍이 휘몰아칠 때가 있었던가. 한순간 몰아친 광풍이 그 별을 앗아갔다. 별이 사라진 세상에는 그 별을 아끼고 사랑한 이들의 울음과 탄식이 가득하다. 모두가 그 별이 예전처럼 그 자리에 다시 돌아와 주길 애타게 기다리나 야속하게도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영원히 사라져갔다. 그 별은 사위라는 이름의 별이었다.
어둠 속, 한순간의 부주의로 빛을 빼앗고 빼앗긴 그 잘잘못을 가려본들 무슨 소용이랴. ‘아빠가 많이 아파도 살아있으면 좋겠다.’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야? 금방이라도 아빠가 ‘짠’하며 나타나 놀랬지! 할 것 같다’라며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는 11살 손녀의 마음을 무슨 말로 위로하고 달래줄 수 있을까. 너무나 안타깝고 아까운 사위였다. 사위의 연을 맺은 지 12년, 하나뿐인 손녀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기까지 둘도 없는 친구요, 이 세상 최고의 아빠였다. 우리에겐 살가운 정을 듬뿍 안겨준 듬직한 사위이자 큰아들이었다. 모든 것을 다 허락하지 않는 것이 하늘의 이치요, 자연의 섭리라고 하나, 이건 너무 가혹하다. 이런 아픔을 경계하며 한 평생 남의 눈에 눈물 흐르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았건만 그것으로 부족해서인가.
유달리 다정다감했던 사위였다. 조금의 어색함이나 스스럼없이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스며들어온 사위였다. 아내는 그런 사위의 짧은 삶이 애통하다 못해 원통하다며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둘도 없는 사위, 내 전부였던 남편과 아빠, 그리고 듬직한 맏아들을 잃은 사돈의 그 슬픔과 아픔을 무엇에 비하랴. 그 비통함 속에서도 홀로 된 며느리의 처지가 자신의 잘못인 양 죄송하다는 사돈의 말에 뭐라 답하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비통함을 누른 채 위로의 말을 건네는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모두 말이 없었다. 추모 공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은 오직 침묵뿐이었다. 둘도 없는 사위, 내 삶의 전부였고 세상 최고의 아빠를 잃은 딸과 열한 살 손녀, 맏아들을 잃은 사돈 내외, 누구의 아픔과 슬픔이 더 크고 작을까. 그래서 모두가 말이 없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가는 아들, 남편, 아빠, 사위, 친구를 가지 말라 붙들지 못하는 비통한 마음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자신의 슬픔보다 가족의 마음을 헤아린 이들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
아직 하늘의 문이 열리기 전이기에 이를 지켜보고 있을 사위의 마음은 어떠할까. 언젠가 내게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은 딸을 만났고, 손녀를 얻은 일’이라고 말했었다. 딸에게는 백마 탄 왕자였고, 손녀에겐 이 세상 최고의 아빠였다. 그런 사위였다.
이게 진정 꿈이 아닌 현실이란 말인가. 지금이라도 ‘장인어른, 그동안 잘 계셨어요? 하며 환한 얼굴로 현관을 들어설 것 같은데….’ 그 모습 그 목소리 다시 보고 들을 수 없다는 게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 딸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서 백지장이다. 나와 딸밖에 몰랐던 남편,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그 행복한 삶을 누린 시간이 너무나 짧다. 새로운 둥지로 옮겨온 지 불과 몇 달, 그 기쁨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인데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늘 없는 얼굴의 딸을 볼 때마다 사위가 고마웠다. 그리고 사돈께 감사했다. 아내 자랑, 자식 자랑 팔불출, 딸 바보였던 사위다. 그래서 고마웠다. 아들 결혼식 날, 사위와 사돈께 그 마음을 전했다. 내 딸을 아껴주는 사위가 고맙고 내 딸을 잘 보살펴 주시는 사돈께 감사하다 했다. 아들에게 너도 매형처럼 하라고 당부했다. 십 년 넘게 딸의 결혼 생활을 지켜본 아비의 마음이었다. 그게 불과 석 달 전이었다. 그런 사위가 불의의 사고로 먼 길을 떠났다. 사위에게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 한스럽다. 이제 불러도 대답 없는 사위에게 뒤늦은 마음을 띄운다.
'전 서방, 그동안 고마웠네. 그리고 미안하네. 못다 한 사위 사랑, 서윤이에게 다 쏟겠네. 자네보다야 못하겠지만 멋진 숙녀로 자라도록 내 모든 걸 다할 테니 편히 쉬게나. 머잖아 자네 만나러 가는 날, 자네가 좋아했던 와인 한 병 들고 가겠네. 술이 약해 자주 어울려주지 못한 게 늘 미안했었네. 내 술잔 한 잔 받고 나도 한 잔 따라 주게나. 참으로 보고 싶구나, 우리 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