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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초연 Jul 30. 2023

그리운 가, 필요한 가, 사랑하는 가, 외로운 가.

헤어진 지 약 여섯 달째

아버지가 금요일 출근 시간에 전화를 주셨다.


"아따, 아부지, 출근 중이오, 딸~"

"딸, 이번 소개팅은 어찌 되었는 고?"

"음..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 같아 (ㅎ)"

"호오~ 그렇군... 딸 ! 아빠가 생각했는데 말이야.."

"뭐지, 아부지 빨랑 말하시오."

"아빠가 생각했을 때, 우리 딸 시기가 아닌가 봐, 지금은."

"응? 뭔 시기? 아, 남자 만나는 시기?"

"아빠 눈에는, 딸이 연인을 찾기보다는 남자를 찾고 있는 것만 같어.

조금만 쉬어보는 건, 안될까 이쁜 딸?"

 헤어진 지 여섯 달이 지났고, 나는 끊임없이 소개팅을 받으며, 주에 한 번꼴로 다른 남성을 만나왔다. 매주 다른 이성과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격주마다 부모님을 뵈러 가는 것도,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것도, 조카들과 노는 일도, 어느새 뒷전이 되어 있었다. 난, 무엇을 하고자 했는가.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 무슨 감정과 이익을 얻고자 했을까.


 전 남자 친구를 그리워하는 시간의 제약을 두고 싶은 걸까, 전남친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가 필요했던 건가. 아니면, 누군가와 진정성 있는 사랑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걸까. 혹여나, 외로워서 그저 '생물학적 성'이 다른 이성을 만나왔나. 그것도 아니면, 스물여섯이라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하나둘씩 결혼소식이 들려오는 지금, 나는 그게 그리 급했나. 뭐, 집안의 정적과 고독감을 삼키지 못하고, 체할 것만 같아 뛰쳐나오고 싶었을 수도 있다.


 모르겠고, 이제 직면하자.


 이별과 사별을 받아들이는 단계의 마지막 '수용'에 다다랐다. 당분간은 나와 이야기하면서, 진정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겠다. 일, 운동, 약속 등 나의 다채로운 일과 속에 숨지 말고, 당당히 고개를 치켜들어 내가 나를 바라보아야지. 그래, 나는 그리운 것도, 필요한 것도,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어. 그저 외로웠을 뿐이야. 나 혼자 남은 일과를 지내야만 했으니까. 그 일과를 굳이, 이성으로 채워야 할 필요성은 없고. 난, 정처 없이 초월하여 자유롭게 사유하며, 제약 없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생을 보내면 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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