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정규근로가 전두엽의 파업을 가져오다.
선풍기 팬이 돌아가는 걸 유심히 지켜본 기억이 있나. 그렇다면, 선풍기 팬 안으로 입안의 소리를 전달함으로써 공기의 흐름과 소리의 파동이 부딪혀 '아ㄹ아ㄹ아ㄹ아ㄹ' 하던 일도 한 번쯤은 있을 거다. 우리가 어떤 사물에 관조하고, 호기심을 갖고, 이곳저곳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오감으로 사물을 체험해 본, 그래본 적이 근래에 몇 번이나 있을까.
직접적인 보상이 없더라도 유한한 시간 동안 특별한 목적 없이 무의식과 자아가 유도하는 대로 나아가는 능동적인 활동, 놀이라고 할 수 있다. 놀이는 그저 어린아이들만 취할 수 있는, 유희를 가져오는 비생산적인 행위에 불과한 것인가. 현대에 우리들은 노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시간이 주어지면 그저 인터넷으로 서칭을 하거나, 릴스와 유튜브 영상을 관람하는 데 있어, 시간을 방탕하게 낭비한다. 즉흥적인 도파민이라는 둥, 단당류를 섭취하는 듯이 빠르게 행복해져 효율적이라는 둥.
요한 하위징아(John Huizinga)의 저서, 「호모 루렌스(Homo Ludens)」에 따르면, 놀이는 비일상적, 비생산적인 것이지만 일상과 생산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유희는 문화가 유희보다 상위의 개념이 아닌, 문화는 유희로부터 발달된다고 한다. 아울러 유희는 생존에 직결된 실생활 밖에 있고, 보상과 목적이 없는 행위지만, 생활기능·사회기능을 갖는 정신적인 창조활동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어쩌면, 하루 8시간으로 고정되어 있는, 혹은 이보다 더 이어지는 사회활동으로 인한 반감으로, 집에서는 고등정신작용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파업을 자초하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쉼을 위해 현대인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감성과 이성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우선 시간을 가지고 원시적인 상태로 회귀해 보기를 추천한다.
원시적이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세계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보자는 말이다. 이는 퇴보한다는 의미랑은 결이 다르다는 걸 유의해주길 바란다. 거울로 자신을 쳐다보아도 좋고, 그 거울을 통해 화장을 하거나, 패션쇼를 통해 자신을 꾸미는 일도 좋다. 혹은 청소를 하며, 집안의 이곳저곳을 탐색하는 일도 추천한다. 되게 별거 없지 않은가? '놀이'라고 해서 시간적 제약이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으며, 다음 과정을 어떻게 이행할지 인과관계를 따라 도출해 낼 수 있으면, 거기에 성취감과 유희가 들어있으면 더 좋은 놀이가 될 거다.
나에게 놀이는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장을 그날의 기분에 따라 스티커로 꾸미는 일이기도 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그날의 특정한 주제나 감정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일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태풍이 북상하고 있으니, 유년시절 들었던 '인피니트의 태풍'이라는 가사를 읊으며, 새로 받은 1인 자기 접시 세트를 뽀닥뽀닥 씻곤 했다. 무언가에게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히 정처 없이 초월하여 나로서 있을 수 있는 건, 놀이뿐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작지만 소중한, 놀이가 생기기를 바라며, 혹은 이미 있다면 댓글로 적어 서로 공유해 보았으면 좋겠다. 나의 가장 즉흥적이고, 단시간 유희를 가져오는 놀이는 바비의 주옥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그네를 타고 밤하늘의 달까지 멋지게 날아오르는 일이다. 이렇게 이 글을 읽는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를 작성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