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서재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같은 업계에서 퇴사한 분을 만났다.
요즘 업계 전체가 위축되고 있어서,
새로운 일을 찾거나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해 보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분이 말했다.
“누가 나를 고용해 줬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회사가 시키는 일만 해왔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내가 브랜드를 만들고
사업을 한다는 게… 못 하겠어요.”
같은 퇴사자로서, 그 말이 너무도 이해됐다.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
소소한 불만은 있어도, 그 안엔 분명한 안온함이 있다.
조직 안에서는 크고 작은 실패를 내가 온전히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아무도 정해주지 않은 ‘나의 쓸모’를
제로부터 만들어나가는 건
오래 회사에 몸담았던 사람일수록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 전, 유튜브 <부읽남> 채널에서
작가 제갈건의 말을 들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뭐든 써보세요.”
그리고 이어서,
“무능력한 회사원이라면,
그 무능력함조차도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무능력함은 실패와 좌절을 낳지만,
그걸 감당한 태도,
그걸 견딘 마음,
그 과정 속에서도 생기는 자기 전문성을
기록하라는 말이었다.
예전에는 PD가 되려면 방송국에 들어가야 했고,
작가가 되려면 신춘문예에 당선돼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브런치, 스레드…
자본금 0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채널이 넘쳐난다.
이 플랫폼들을 통해
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의 공감과 응원이
‘나’라는 브랜드의 연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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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가 나를 고용하고,
퇴사했지만, 나를 위해 매일
내 서재로 출근해보려고 한다.
나는 지금, 나를 써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