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툰을 막 시작했을 때,
세상 온갖 특별한 컨셉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레즈비언이라든지, 채식주의자, 비혼주의자,
혹은 이혼전문 변호사 같은 사람들.
내 일상을 들여다볼수록 별게 없어 보였다.
광고회사에 다니고 있긴 한데
광고는 회사에서만 하면 됐지,
굳이 그걸 사적인 영역까지 끌고 오고 싶지는 않았다.
결혼해서 아들 하나 키우는 평범한 삶.
이걸 누가 관심 있어할까 싶었다.
그런데, 퇴사 후 생각이 달라졌다.
회사에서 주로 하던 '남의 일'들이
(남의 브랜드를 돕는 일, 남의 사업에 관여하는 일, 혹은 남에게
'일하는 사람처럼'보이기 위해 하는 일들)이 통째로 빠지고 나니
내 인생에서 내 것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일까.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키우는 것,
그리고 뭐가 될진 모르지만 나만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집이라는 별.
앞으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려고 한다.
그게 내가 가진 가장 특별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