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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솜 Dec 16. 2021

<100일 글쓰기> 16. 프리랜서에게 취미란?






예전에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분의 소규모 강연에 다녀온 적이 있다. 강연이 끝나고 뒤풀이 시간을 가졌는데 직업을 공유하고나니 유난히 프리랜서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입을 모아 공감한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시간관리'. 프리랜서로 일하기 전까지는 프리랜서가 되면 시간이 정말 많을  알았는데 오히려 출근할 때보다 시간이 없다고 한다.  시간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겠다고.



그때쯤 나도 프리랜서로 일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었고, 독립을 시작하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던 탓에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관리'라는 단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인식하지 못하는 새에 조금씩 사라지다가 밤잠을 자려고 눈을 감는 순간 통째로 날아가버리는 게 시간이었는데, 감히 '관리'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쨌든 여럿이 모여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았고 격한 공감만 오고 가다 자리가 파했다.



어쩌면 프리랜서의 시간 관리란 해답이 없는 문제일 수도 있겠다. 각자 일하는 패턴, 생활 패턴이 다르니 누군가에게는 맞는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기도 하고. 다만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프리랜서로서 느끼기에 시간 관리를 잘한다, 못한다의 본질은 바로 실질적 성과와 심리적인 만족감의 이지 않을까? 내가 그날 계획했던 일을 얼마나 달성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직장인들보다 유독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가 바로 '심리적 만족감'이다.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다는 건 일상을 살아갈 때 언제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뜻도 있겠지만 할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놓고 쉬지 못한다는 뜻도 포함한다. 심지어는 할 일이 없어도 일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나는 어딘가에 가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등의 활동을 할 때는 일 생각이 나지 않는 편인데 유독 취미 생활을 할 때 자꾸 일 생각이 나며 집중이 어려워진다. 나 아직 일 안 끝났는데. 지금 이거 해도 되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꺼림칙한 기분이 남아있다. 나름대로 6시~7시 정도로 일의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취미 생활을 즐기자, 하고 다짐해봤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게 생각나면 당장 해야 하는 내 성격상 잘 지켜지지도 않았고.



그러나 중요한 건 데드라인이나 일을 끝내는 게 아니더라. 일이 6시에 끝나든 8시에 끝나든 10시에 끝나든. 비록 일이 아닐지라도. 내가 준비하고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그 이후에 즐기는 취미는 마음 편하게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 '나 오늘 열심히 했으니까 좀 쉬어도 돼.'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심리적인 만족감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시간 관리를 '잘'했다는 기준이 되기도 하더라. 이런 심리적 만족감과 실질적 성과(일을 다 끝내지 못했더라도 진척이 있기만 하면 됐다.)를 모두 잡으려면 역시 딴짓을 하기 전에 할 일부터 끝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지금 내가 이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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