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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 PD Jan 28. 2022

<다능인의 성장기록> 미팅에서 강점을 찾았다고요?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서 연락이 왔다. 유명한 유튜브의 콘텐츠 식단 구성 논의라고 해서 1회성 자문 미팅으로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일의 시작이었다. 당일 아침까지는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떨렸다. 이 나이에, 이 연차에 오프라인 미팅은 처음이었기 때문. 내게 뭔가를 물어보면 어떡하지? 내가 지식이 부족하면 어떡하지?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 분야의 전문지식에 자신감이 부족했다. 일단 학부를 졸업하고 면허를 딸 때 들었던 생각부터가 ‘학사를 끝내봤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적어도 석사까지는 해야 알겠구나.’ 였으니까. 졸업 이후에는 일을 하면서 공부를 꾸준히 하지 않은 탓도 있었고, 그런 나에 비해 일반인인데도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이 꽤 많았기 때문에 괜히 위축되기도 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도 많았다. 비교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 정말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 분야에 관심이 없었다. 적성에서 크게 엇나가지는 않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 여겼다. 


일을 시작하고 생긴 신념이 있다면 ‘일은 적을수록 좋고 돈은 많이 벌수록 좋다’는 것.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그 돈으로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취미 생활이나 잔뜩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1월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침 시간을 바쁘게 보냈는데, 그렇게 몰입해서 일을 하고 나면 하루가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할당된 양보다 더 열심히 했다. 어떻게든 정보를 하나라도 더 주고 싶었고,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회원님이 진심으로 걱정됐으며, 내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유난히 상쾌했던 아침. 일을 열심히 해서 기분이 좋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왜 기분이 좋지?’라는 의문을 품고 그날의 행동을 빠짐없이 적어봤다. 믿기 어려운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날과의 차이점이라고는 평소보다 일이 많아서 더욱 집중해야 했고, 업무 시간을 기점으로 일이 끝난 후에 기분이 확 좋아졌다는 것.


이렇게 처음으로, 내가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졌다.


비슷한 감정, 아니 더 큰 감정을 미팅이 끝나고 건물을 나오면서 느꼈다. 의뢰받은 업무는 시간이 꽤 걸리고 머리가 복잡하기는 하지만 어려운 건 아니었다. 칼로리나 정확한 그람수 같은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건강한 식단을 짜는 데는 자신 있었으니까. 첫 오프라인 미팅, 처음 들어가 보는 회의실, 맞은편에 앉아계신 직원 세 분. 두려움이나 떨림 같은 감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어렵지 않네. 내가 잘하는 거네.’라는 생각뿐이었다. 대화 한번 나눠보지 못한 참가자들 명단을 보면서 건강하게 몸을 회복할 수 있도록 꼭 도와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야, 정말 이제와 서야 스스로 경시해왔던 내 능력과 강점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학부를 졸업할 때 가졌던 지식은 엇비슷하더라도 일을 하며 쌓아온 경험은 오직 내 것이었다. 메뉴 구성만 봐도 어떤 영양소가 과한 지, 어떻게 먹어야 좀 더 섭취 칼로리를 줄이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지, 다음 식단은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까지 머릿속에 떠오른다. 평소랑 다른 식단을 보면 그 사람의 감정도 대략 짐작이 되고 내 위치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법까지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강점을 찾아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몇 시간이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적어 내려 갔지만 종이를 채우는 말들은 항상 비슷했다. 자격증과 경력들. 다행히도 작년부터는 시야가 좀 넓어진 덕분에,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을 즐긴다.’ 내지는 ‘좋아하는 것을 잘 알리고 다닌다.’가 추가됐다. 하지만 직업과 관련된 강점은 언제나 제자리였다.


어쩌면 강점을 찾는 과정도 ‘자극과 반응’처럼, 경험과 고찰이라는 ‘자극’이 필요한 게 아닐까? 나는 그동안 주야장천 생각만 했으니 찾지 못했던 거고. 작년 말 ‘다양한 경험’에 미쳐있던 나는 그 경험에 데어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고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또 이렇게 경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경험에 뭔가 있는 것 같을 때, 어렴풋이 느껴지지만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을 때. 이 중요한 순간을 놓치기 싫어 새벽부터 일어나 글을 쓰며 당시의 느낌을 언어화하고 통찰한다.



비싼 강의를 듣고 잠도 못 자며 고민했던 퍼스널 브랜딩의 길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다. 스스로 외면했던 강점을 마주하고 깨달을 수 있어서 감사했던 1월의 경험. 앞으로도 계속 나를 알리고, 도전하고,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인생이 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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