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꽃갈피> 리뷰
*이 글은 본래 2014년 6월 2일 페이스북 개인 페이지 포스팅한 글입니다.
심심찮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친구의 노래가 정말 좋을 때는 오히려 자기 노래가 아니라 옛날 노래들을 흥얼거릴 때.’라고. 그래서 정말 기다리던 앨범이었고, 오히려 나올 수 없는 앨범이라고 여겼다.
정상의 자리에 있는 한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 그것도 아이돌이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 음원이 아니라 음반이다. 담배 한 개비를 태우는 듯,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요즘 대중가요 시장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꽃갈피>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아이유의 이번 앨범은 그만큼 희귀한 상품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 풍경이 조금은 낯선 그래서 더 반갑다. 이유는 단순히 갓 스무 살을 넘긴, 아직 소녀 티를 채 벗지 못한 아이돌이 오래된 이야기 속 감성을 노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 바퀴>에 나와서 통기타를 치며, 이문세의 감성을 노래하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서 Toy의 노래를 이어 부르던, 짧은 커트머리의 한 소녀에게 대중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칭호를 붙여줬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야속한 일이었다. 한 소녀의 마음 가까이 있던 그 흥얼거림은 아직 어린 가수의 재롱 정도로 여겨졌다. ‘그저 제법 잘 따라 부른다.’ 속에 묻힌 박수갈채 몇 번으로 그녀를 소비했다. 그저 제법 볼 만한 장기자랑에 그쳤다. 누군가는 영악한 마케팅의 방식이라고도 말했다.
‘내 인생의 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불후의 명곡>에서 아이유는 Toy의 <좋은 사람>이라는 곡을 들고 나왔다. 자신이 느꼈던 그 감성을 전달하고 싶다, 자라면서 슬픈 노래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녀의 인터뷰는 그녀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에 대한 항변이자, 일회용품처럼 소비되는 대중에 대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슬픈 얼굴에서 이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라는 윤상의 말은 어쩌면 더더욱 그랬다. 90년대 초 ‘흩어진 날들’의 강수지가 스며드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후 이 소녀가 만나게 되는 선배 가수들은 하나같이 함께 노래하기 시작했다. 만들고 파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생산구조 외의 영역이 추가됐다. 그러므로 더 이상 단순한 문화산업은 아니었다. 본인의 욕심의 영역이었다고 말해지지만, 그 부분이 동시에 곡을 함께 만든 이적, 정재형, 김광진, 정석원 등의 욕심이 도기 했다는 것은 동등한 위치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영리한 혹은 영악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 이번 <꽃갈피>의 앨범은 그래서 기다리던 형식이었다. 숱한 평들이 내는 공통점이 있다. 조덕배, 김창완 그리고 이문세를 들먹이며, 이 소녀가 이렇게 ‘부를 줄’ 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 노래들의 감성을 이해했냐며 되묻는 것이다. 사실 굉장히 무의미한 이야기다.
아이유의 목소리가 녹아있는 노래를 들으며 새삼 다시 확인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부르는 이에게 가까운 노래가 듣는 이에게 가까운 법’ 그리고 ‘노래는 결코 낡지 않는다’는 것.
‘ 부른다’기 보다 ‘흥얼거린다’ 그 자체가 그녀 스스로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의 말들처럼 이게 그런 마케팅의 일환이라면, 바보처럼 소비하는 대중이 되어도 억울하지 않은 그런 노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