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일을맡기면 적재적소가 될까?
오래전 HBR에서 읽은 글을 소개합니다. 기억력의 문제로 약간 각색이 되었습니다.
-----------
[기자] 요즘 탁월한 성과를 내고 계시는데 성공요인이 뭔가요?
[CEO] 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전임 CEO가 씨를 뿌리고 키웠고, 저는 수확을 했을 뿐입니다.
[기자] 전임 CEO가 뭘 했나요?
[CEO] 그분은 재무전문가로 CFO였습니다. 전전 CEO가 물러나면서 그분을 CEO로 발탁했습니다. 그때 그분은 "저는 재무밖에 몰라서 최고경영자 역할 못합니다"라고 했답니다. CEO가 된 그분은 스스로 고민을 했고, "CEO로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해주자"라고 결정을 했답니다. 그래서 현장을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었고, 그것을 팀장에게 전달하면서 "언제 그렇게 해줄 수 있느냐?"라고 약속을 받았답니다. 그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면 확인 전화를 해서 팀장들이 약속을 지키도록 했답니다. 그 결과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성과는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만들고 있는 것이므로 결국 전임 CEO의 성과입니다.
-----------
적재적소란 역량 있는 인재를 찾아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곳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적소적재가 되어야 한다고도 합니다. 적재가 먼저인지 적소가 우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최종적으로 적재(직무명세서)와 적소(직무기술서)를 일치시키는 것이 적재적소입니다.
적재란 역량을 가진 자를 말합니다. 보통 사람과 엘리트의 능력 수준은 다릅니다. 조직은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역할을 나누고 담당하면서 상호작용과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단체입니다. 그래서 적재의 역량이란 일부 엘리트의 능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자만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또한 성인의 경우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지시한다고 열심히 학습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당근과 채찍이 유효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것은 과거 궁핍의 시대 상황에서나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HBR의 사례처럼 싶은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적재적소의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주어진 역할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직원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맡기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HBR에서 소개된 사례는 허구일까요? 아마도 빙산의 아랫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아랫부분에는 아마도 현장의 소리, 특히 묵묵히 견디고 있는 착한 직원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일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문제로 인해 불만이 쌓였고 그런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일을 원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도대체 이 일에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까?"라는 직원의 질문에 조직은 제대로 대답해야 합니다. 또한 담당자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데, 직무재설계나 잡 크래프팅과 같은 이슈는 변화를 지향하는 조직이나 혹은 역량 기반의 경영을 하려는 조직이라면 마땅히 일상의 화두로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빙산 아래에서 충분히 이뤄지고 난 이후에나 "직원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맡기는 방법"이 적재적소의 성공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HBR의 사례에서는 재무전문가인 CFO에게는 이미 최고경영자의 자질(미션을 공유하고, 솔선수범을 하면서, 진정성 있는 소통을 견지하는 것)이 있었다는 것과, 그리고 그것을 알아본 전전 CEO의 안목도 빙산의 맨 아랫부분에 있을 것입니다. 이런 성공 요소들을 간과하고 드러난 부분만을 벤치마킹을 하면 실패는 당연합니다.
조직의 적재란 비범한 인재가 아니라도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다다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쉽게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맡기는 것이 적재적소의 방법으로 의미 있다고 보입니다.
우리 조직의 후배를 보면 역량은 이미 차고 넘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성장하고 있는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롤 모델은 있는가? 이것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할까? 만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은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맡긴다면 해낼 수는 있을까? 이것 또한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동시에 조직원을 성장시키는 Win-Win 전략으로써 적재적소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리더는 앞에서 이끄는 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뒤에서 밀어주는 자도 있고, 곁에서 지켜보면서 믿고 기다려주는 자도 있습니다. 어떤 리더가 성공할 수 있는지는 조직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조직에 적합한 리더 모델을 찾아내는 것은 리더의 의무입니다. 조직 실패의 최종적인 책임은 리더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적재적소 전략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