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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Aug 16. 2024

우리들의 소풍 - 4

“연 날릴까요?”

술래잡기를 하며 노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박보영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허동백 선생님은 준비해 온 가오리연을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꺼낸다. 어제 학교 앞 문방구에서 튼튼해 보이는 것으로 구입한, 독수리 그림이 그려진 연이다. 같이 산 플라스틱 물레의 실을 연에 연결해 띄우니 바람이 금새 연을 하늘로 올려준다. 하늘에서 실을 당기는 연에게 실을 계속 풀어주는 허동백 선생님.

“와! 선생님, 연 잘 날리네요!”

박보영 선생님이 곁에 와서 높이 뜬 연을 보며 허동백 선생님을 칭찬한다.

“한 번 날려 볼래요?”

“한 번 해볼까요?”

허동백 선생님은 곁에 선 박보영 선생님을 바라보며 물레를 건넨다.

“여기를 잡고 풀었다가 감았다가 하면 돼요.”

“와! 실이 팽팽해요!”

“물레를 살짝 놔 봐요.“

“이렇게요? 어머! 어머! 와!”

물레가 핑핑 돌아가고 연은 더 높이 떠오른다. 즐거운 박보영 선생님.

“이거 어떻게 잡아요? 너무 빨리 돌아요!”

“여기를 이렇게!”

“꺅!! 어!”

힘차게 도는 물레의 한 쪽을 잡아주려다 제대로 잡지 못한 허동백 선생님, 허동백 선생님의 손가락에 튕기는 물레를 놓쳐버린 박보영 선생님. 물레가 두 선생님 앞으로 우당탕탕 달려 나가고 허동백 선생님이 도망가는 물레를 잡으러 뛰고 박보영 선생님도 허동백 선생님의 뒤를 쫓는다. 술래잡기를 하던 녀석들도 선생님들의 추격전을 보고 물레를 쫓아 가기 시작한다.

“민수야! 잡아!”

“오케이!”

“아! 잡았… 놓쳤다!”

민수의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물레, 야속한 바람은 더 세게 연을 밀어내고, 그 힘에 끌려 가볍디 가벼운 플라스틱 물레는 잔디밭은 구르며 달음질 치고 있다. 물레를 향해 모여드는 달리기 선수들.


“빰! 빰빠빰빠밤! 빰! 빰! 빰밤빠밤~ 빰빠빠밤~ 빰빰빰빰 빠라밤~”

갑자기 스포츠 중계 시그널 음악이 깔리고, 멀리서 이 달리기 시합을  지켜보던 종국이와 장호가 언덕에 나란히 앉아 중계를 시작한다.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아쉬워하는 최민수 선수를 지나 지진희 선수 빠르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이정재 선수, 그 뒤엔.. 어! 허동백 선생님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김종국 위원님, 허동백 선생님의 운동능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지난 학교 체육대회 때 같이 축구를 했었지요?“

“체육대회 때 공을 차는 선생님을 보면, 운동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점점 속도를 붙이고 있군요.”

“허동백 선생님, 엄청난 속도로 치고 올라옵니다. 이정재 선수를 제쳤습니다! 지진희 선수도 제치나요?”

“지진희 선수도 달리기를 잘하지요?”

“그렇습니다. 중학교 들어와서 자기 소개서에 특기란에 ‘달리기’라고 썼다지요. 참고로 장래희망에는 ‘좋은 아빠’라고 썼다고 하더군요.”

“좋은 아빠요?”

“네, 그렇습니다.”

“오호, 지진희 선수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결혼을 먼저 해야 할 텐데요…”

“지진희 선수는 여자 친구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큭큭!”

“큭큭! 아! 말씀드리는 순간! 허동백 선생님이 지진희 선수를 제칩니다! 물레를 3m 앞에 두고, 최고 속력으로 달리고 있네요!”

“지진희 선수도 허동백 선생님을 바짝 좇고 있는데요! 아! 아… 아!! 허동백 선생님이 물레를 잡았습니다!!”

허동백 선생님은 물레를 잡고는 실을 감아 연을 내린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모이라고 손짓을 하신다.


“장호야, 우리도 가보자.”

종국이와 장호도 아이들이 모여드는 선생님들 곁으로 내려간다.


“얘들아, 우리 이 연에다가 지금 자기가 생각하는 소원 하나씩 써서 날리자.”

허동백 선생님의 제안에 아이들은 갑자기 고민에 빠졌다.

“소원이요?”

“응, 꿈도 좋고, 지금 너희들이 바라는 것도 좋고, 누군가에게 하고싶은 말도 좋아. 하나씩 써보자. 여기 펜 있어.“

허동백 선생님은 주머니에서 유성펜 몇 자루를 꺼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신다.


갑자기 진지해진 녀석들.

저마다 연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누가 볼세라 손으로 가려가며 펜으로 꾹꾹 눌러 쓴다.  

“다 썼나?”

“네!”

“보영 선생님도 하나 쓰실래요?”

허동백 선생님은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박보영 선생님에게 묻는다.

“아! 그럼, 저도 하나 쓸까요? 히힛!”

박보영 선생님도 민수에게 펜을 받아 연에다가 무언가를 쓰기 시작한다.

“허동백 선생님도 쓰셔야지요?”

“그럴까요?”

연을 받아든 허동백 선생님도 무언가를 연에 꼭꼭 눌러 썼다.

“자, 이제 다 쓴 것 같네. 우리 이 연 하늘로 날려 보내자.“

허동백 선생님은 아이들과 선생님의 마음이 쓰여진 연을 하늘에 띄워 녀석들에게 건넨다. 녀석들은 물레를 잡고 하늘에 뜬 연이 당기는대로 실을 풀어주면서 물레를 전달한다. 잠시 동안 물레를 잡고 있으면서 연에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처럼. 물레가 전달되고, 물레에 감겼던 실이 모두 풀렸을 때, 물레는 박보영 선생님 손에 도착했다. 물레에 묶여 있는 실을 끊어 주는 허동백 선생님.


연을 구속하던 실이 끊어지자 가오리연은 더 높이 날아올랐다. 저 높은 하늘에는 녀석들이 서있는 곳보다 더 큰 바람이 부는듯 연은 점점 더 작아졌다. 선생님과 녀석들은 멀어지는 연을 한참동안이나 서서 바라보았다.


“자, 이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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