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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Aug 23. 2017

아유타야, 고마운 손수건 한 장




태국 아유타야에서 찍은 사진이다. 한 15년 되었다. 그때 태국 날씨가 바로 요즘 우리나라 날씨 같았다. 후덥지근한 날씨 덕에 땀 꽤나 흘렸다. 그래서 손수건을 아예 목에 둘렀다. 스콜이 오다 날이 또 활짝 개이고, 정말 요즘 우리나라 날씨와 똑같았다.


바로 이 전 주에 나는 히말라야에 도전했었다. 그 무렵 네팔에 살면서 산행을 인도해주신 선배는 네팔 전통주 락시를 혀 끝으로 음미하면서 아주 달콤하게 마셨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에 나도 그 선배 따라 코스에서 중간 휴식처인 포인트에 들를 때마다 그 술 락시를 나란히 앉아 음복했다. 그러다 이렇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느니 나 혼자 숙소인 롯지에 먼저 가서 쉬리라 생각하고 불끈 일어섰다. 그리고 선배, 나 먼저 슬슬 올라갈게요, 하며 논스톱으로 마치 북한산 정상에 도전하듯이 쑥쑥 올라갔다. 그때만 해도 기운이 좋았을 때이니까. 그런데 어느 정도 올라가다 보니 내 시야에 보이는 것은 구름뿐이었고, 내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저급한 술을 마신 때문인지, 이건 숙취인가 했다. 고소증이었다. 그날 밤 고통 속에 몸부림치느라 슬리핑 백 지퍼가 다 틑어졌다. 백약이 무효였다. 딱 한 가지 치료법은 하산이었다. 


도전의 대상이 클 때 '과욕은 절대 금물'이란 것이 그때의 깨달음이었다.  


방콕을 떠나 아유타야 투어중에 땀에 손수건이 절어 짜내면 땀이 흐를 정도였다. 뽀송뽀송한 손수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 나의 바람을 태국 여인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이 파고다 앞 벤치에 곱게 접혀 향기까지 그윽한 꽃 손수건 한장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예쁜 손수건 참 요긴하게 잘 썼다. 그 예쁜 꽃수건 아직 내 서랍 속에 곱게 접혀 있다. 분명 어느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것이 틀림없을 거라 생각하며. 돌려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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