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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18. 2016

사랑할 땐 '안단테 andante'

접촉의 심리치료 64_약이 되는 touch

사랑하니까 터치한다

‘접촉연구소’의 창설자이자 미국 마이애미 의대 교수인 티파니 필드(Tiffany Field)가 2000년에 한 연구결과 신체적인 접촉이 신생아와 아이들의 건강증진과 치유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조산아가 5일에서 10일 동안 매일 3회에 걸쳐 15분의 터치 테라피를 받으면 이러한 접촉 치료를 받지 않은 아이에 비해 몸무게가 31에서 47퍼센트 더 증가했다. 이런 신체접촉을 통해 우리 몸에선 화학반응이 촉발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줄면서 우울과 불안을 줄여주고,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dopamine)은 증가되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준다.


이렇게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분출되는 우리 몸의 화학물질 중에서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사랑의 묘약이라고 불리는 호르몬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그러한 별칭에 걸맞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산모가 아기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것도 이 호르몬의 작용이며, 여성이 남성에게 모성본능을 느낄 때도 옥시토신은 왕성히 분비된다. 따라서 남녀 사이에 신체적인 접촉을 통한 사랑에도 이 호르몬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떠한 접촉방식이 ‘사랑 나눔’에 효과적일까.      

행복을 느끼게 하는 ‘어루만짐’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포옹의 비밀을 풀어줄 스웨덴 살그렌스카 대학 하칸 올라우손(Håkan Olausson) 교수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어루만지는 자극’에 기분 좋게 반응하는 신경망이 사람의 피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촉각은 주로 고속 신경 조직망에 의해 초속 60m의 빠른 속도로 뇌에 전달되기 때문에 외부의 압력이나 자극에 재빠르게 대처해야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 그런데 피부에는 초당 1m밖에 이동하지 못하는 느린 신경망도 존재하는데 이를 CT(C-Tactile) 신경계라고 한다.


올라우손 교수는 “신경계가 파괴돼 촉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부드러운 피부 자극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CT신경계가 무의식적인 느낌을 뇌에 전달한다”라고 말한다. 올라우손 교수는 “기분 좋은 포옹이 CT신경계를 자극하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며 포옹하며 느끼는 행복을 근거 있는 주장이라고 언급한다.


매티센(Matthiesen) 등의 연구에 의하면 모유 수유 시 영아가 손과 입을 통해 마사지하듯 엄마와 신체적인 접촉을 할 때 엄마의 옥시토신 수준이 증가되었다. 이는 1분에 40회 정도로 아주 느린 맥박과 같이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움직임이다. 동물의 어미가 새끼를 혀로 핥아주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나 머리, 몸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때에도 비슷한 속도의 움직임이 있다. 몸 또는 마음이 아프거나, 우울증 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이런 신체 접촉은 약이 된다. 어루만지는 접촉 행위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


터치에는 성차이가 있어서 여성은 남성보다 얇은 피부조직 덕분에 신체 접촉에 따라 옥시토신을 더 쉽게 생산할 뿐 아니라, 옥시토신을 ‘느끼는’ 능력도 탁월하다. 똑같이 쓰다듬어 주는 접촉에 여자는 쾌감을 남자보다 5배나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사랑받는 여자가 편안해 보이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것도 옥시토신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관계있다. 반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자는 히스테리컬하고 정서적으로도 편안하지 못하며 우울해하기도 한다.


이런 실험 결과도 있다. 면접시험을 보는 여성들 중 한 그룹에만 남자 파트너가 여성의 목을 마사지하게 했다. 그러자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가면서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손 떨림이 멈췄다. 얼굴엔 화색이 돌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줄었다. 이런 마사지를 받지 않은 나머지 여성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면접에서도 나쁜 점수를 얻었다.


연구결과들을 종합해서 정리해보면, 사랑을 불러오며 건강을 증진시켜주고, 게다가 행복감까지 느끼게 해주는 신체접촉의 방법은 이렇게 명확해진다.


"사랑할 땐,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듯이 느린 속도로 율동적으로 하라. 사랑을 담은 어루만짐의 손길은 여성에겐 특히 효과가 크다."


http://somaticpsychotherapy.modoo.at/



ABBA: Andante Andante

https://www.youtube.com/watch?v=bbvBj5Gne2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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