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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25. 2016

지금 나는 유연한가?

생의 심리학 16_공존을 위한 소통의 접촉

단단한 것은 부드러운 것보다 약하다

오랫동안 목표지향의 바쁜 삶을 살다가 생애중에 가장 충격적인 사태였던 IMF 이후에 느슨하게 살고 있다. 그것은 삶의 현장에서 나와 내 주변을 통해 얻은 삶의 진리, 또는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단단하고 강직한 것은 부드러운 것보다 약하다. 역설적이지만 우리 대자연의 진리는 그런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是以兵强則不勝, 木强則兵, 强大處下, 柔弱處上.

사람이 날 적에는 유약하고, 죽으면 견강하다. 만물 초목이 살았을 때는 부드럽고, 그것이 죽으면 말라서 딱딱하다. 그러므로 견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 유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이리하여 병기도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도 강하면 곧 꺾인다. 강대한 것은 아래에 있고, 유약한 것은 위에 있는 것이다.


의학적 생태학을 제창한 미국의 실험 병리학자 르네 듀보(Rene Dubos)는 ‘건강은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부터 비롯되는 사회적, 정서적, 영적, 생물학적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이다’라면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WHO의 건강에 대한 정의를 보다 명확하게 하고 있다. 온전하게 건강한 사람과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는, 바로 이런 현실에서 끊임없이 직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와 장애요인과 상황에서 최적의 건강을 유지하고 또 병적 비적응 상태에서 적응 상태로 자연스레 복원할 수 있게 하는 힘, 즉 ‘유연함’을 갖는 것이다.


'유연함'이란 뜻은 한자어에 따라 몇 가지 뜻이 있는데 그 상태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부드럽고 연하다, 마음에 맺힌 것이 풀려 후련하다, 침착하고 여유가 있다, 생각 따위가 저절로 일어나는 형세가 왕성하다, 속이 깊고 조용하다. 이런 유연함이란 온전한 건강을 향한 근원으로부터의 치유작업을 하고 있는 내가 추구하고 있는 바로 그 지향점, 최상의 상태이다. 


사람의 삶과 사회, 그리고 우리의 환경을 건강하게 만드는 유연함이란, 타인과 환경과의 관계에서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나 아닌 다른 존재들’에 대한 이해와 수용, 그리고 배려와 존중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 따뜻한 접촉을 통해 몸이 이완될 수 있다면 마음도 느슨해진다. 그때에야 비로소 나 아닌 다른 존재들이 의식의 영역 안에서 나와 공존할 수 있다.


온생명이 온전한 건강을 누릴 수 있게 되려면, 이분법 논리의 틀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무엇’도 있다는 데에 우리 모두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너무 단단하게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놓은 틀에 맞추려고 옥죄지 말고 늘 유연하게, 부드럽게, 모든 가능성에 자신의 온전한 모든 것을 열어두라. 완벽, 완전, 절대, 철저 이런 어휘와 같은 무거운 삶의 짐을 스스로의 어깨 위에 올려두지 말고 자유롭고 편안하며 느슨하게 즐기며, 그리고 가슴 뛰는 삶을 우리 함께 맞기를 바란다. 그래서 매일매일 너와 함께 나도 행복하며, 그런 아름다운 모습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을 가득 채우며, 유연한 이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에너지로 넘치는 그런 멋진 삶을 말이다.


온생명을 온전한 건강으로 이끌고, 생명을 살리는 것은 '유연함'이다. 사람을 유연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유용한 도구는 '접촉'이다.


생명의 문은 공감의 그 순간에 열린다  

우리 인간은, 나와 타인, 그리고 우리, 우리와 그들, 그러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찰나적이며 순간적인 만남의 접촉을 통해 영향받고 변화된다.


그러한 접촉의 체험은 우리가 경험해온, 지금 경험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내가 경험하게 될 변화무쌍한 기분들의 샘물, 바로 그 풍부한 원천이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강렬한 기쁨, 감당하기 어려운 노여움, 깊은 슬픔,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즐거움, 그리고 견디기 어려웠던 아픔의 순간이기도 하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나의 진정으로 사랑하는 존재의 상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아픔의 순간을 접촉하지 못하고 덮어둘 때, 내 안에 헝클어진 채 가라앉아 있는 깊은 슬픔을 못 느끼고 드러내지 못할 때 내 마음의 문은 꽁꽁 닫히고 외부로 연결된 마음의 벽은 두텁고 높아진다.


하지만, 진정으로 믿을만하고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내미는 손길에 공명하는 건강한 접촉의 순간, 그렇게 단단하게 닫혔던 내 마음속에서 '소통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라는 간절한 울림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내 안에서 변화의 문이 스스로 개방되는 그 시점은, 언 땅이 녹고, 따뜻한 햇볕이 오래도록 그 위에 머물고, 영양이 그득한 땅 위에 적당한 비가  촉촉하게 내려주는 바로 봄날과 같은 때이다. 내 안의 자아가 성숙하여, 유연함으로 삶의 고통을 스스로 끌어안을 수 있으며 견뎌낼 만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때. 


지금 삶 속에서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뎌내는 그대, 부디 조금만 더 견뎌라. 

마음속 모든 긍정의 유연한 씨앗들, 곧 피어나리니. 

세상에 공존하고 있는 나와 당신, 그리고 생명 있는 모든 유연한 것에게 조물주의 축복 있으라.



버스커 버스커 - 봄바람

https://www.youtube.com/watch?v=pJ7iJpGS8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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