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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Dec 22. 2016

외로운 나를 어루만지다

접촉의 심리치료 23_자기 접촉 위안

접촉이 두려운 이들을 위하여

외로운 사람들의 가슴이 더 시리고 아파오는, 연말연시를 또 맞는다. 곧 새해를 맞게 되겠지만 희망의 빛은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우니 답답하기만 하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잘되는 일이 없으니 모두가 힘겹고 몸과 마음이 아프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져서 살맛이 나고, 모든 이의 가슴에는 온정으로 훈훈해질 보살핌의 손길이 이 송년에 시간에 정말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몸과 마음이 아파요. 마음의 상처도 크고요. 제가 스스로 몸을 통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방법이 있을까요?"


매듭이 풀리지 않은 채 마음에 남아있는 정서적 미해결 과제들로 인해 분명히 몸이 불편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은 왠지 꺼려져서 내키지 않는다는 분이 내게 질문해왔다. 신체심리치료의 장은 안전함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온전한 건강으로 이끌어주는 긍정의 접촉이라도 그것은 자발적인 선택의 영역이다. 두려움을 앞세우며 타인이라는 대상과의 관계와 보살핌의 손길을 경계하고 거부하는 그런 분들을 안내해주기 위해 강좌를 진행했었다. 그 강좌의 타이틀은 바로 그들이 원하는 '나를 어루만지는 터치 테라피'.  


스스로 자기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는 행위는, 내가 나를 위로하는 ‘자기 위안’ 행동이며, 인간의 생존을 위해 마지막 안전망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니까 자기 위안 행동을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되겠다고 여겨진다. 이런 자기 위안 행위는 부모나 연인이나 배우자의 손길 또한 가까이에 존재하지 않을 때, 그러한 돌봄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을 때 자신의 손을 사용한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만지는 행위에서 만지는 역할을 하는 자신의 손은 타인의 손이 상징화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인간의 무의식 세계에서 두 사람 간의 동작이 한 인간의 몸을 무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기 위안 행위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실제 접촉 교류 행위를 닮은 유사한(pseudo) 행위가 한 사람의 몸 위에서 전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접촉은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루어진 자기 접촉에 대해서 거의 인식하지 못하여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을 어루만지거나, 붙잡거나, 껴안는다 해서 자신에게는 별로 느낌이 가는 것이 없다. 그러나 자기 접촉이 무의식적인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중요하지 않거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기를 스스로 만지는 모든 동작들을 대인적인 신체 접촉의 대체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가 없다. 타인과의 접촉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위로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이다. 자기 접촉행동은 자신에 대한 가장 근원적이며 본능적인 자기 사랑의 방법이다. 하지만 자기 위안을 위한 자기 접촉 행동이 깊어지고 중독적이 되어서 자신의 고립감을 더욱 키워가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다.

 

관계에서 얻은 상처를 자기 안에서 자기 스스로 어루만지는 행위로 근원적인 치유를 할 수 없다. 자기 안에서 잠시 스스로 위안을 통해 자기 돌봄을 한 다음, 자기 밖에서 타인들과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공동체, 그리고 사회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

자기 접촉행동

자기 위안을 위한 자기 접촉행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 그러한 상태에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신호라고 감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행동들은 마음의 작용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슴이 답답할 때는 손으로 가슴 한가운데를 쿵쿵 주먹으로 친다. 놀란 가슴을 달래기 위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가슴을 손바닥으로 괜찮아하듯이 토닥 거리기도 한다. 손이 몸에서 취약한 부분을 알아서 저절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안긴다, 안기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행동은 ‘자기 포옹’이다. 불안하거나 무엇인가 두려움을 느끼게 할 때, 몸을 구부려서 웅크린 채 두 손으로 다리를 감싸 안는 것, 두 손으로 가슴을 서로 가로지르며 양쪽 윗 팔을 어루만지며 스스로 껴안는 듯한 행동은 자기 위안을 위한 접촉 행동의 대표적인 동작이다. 아무도 돌보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껴질 때 내가 나를 꼬옥 껴안고 있는 것이다. 


손바닥을 마주하고 비빈다거나,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거나, 한쪽 손바닥으로 다른 손바닥을 겹쳐 꼭 쥔다거나 허벅지를 겹쳐서 다리를 꼰다거나 어깨를 두드린다거나 머리를 쓸어내린다거나 하는, 몸의 어떤 부분과 다른 부분을 접촉하는 동작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머리를 감싸 쥐고, 따분하면 한 손 또는 두 손 모두를 이용해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기도 하고, 뺨을 감싸기도 한다.


자기 손으로 자기의 몸을 두드리거나 주무르게 되는 것은 정서적인 상태와 관련된 그 신체 부분에서 기와 혈의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무의식 중에 나오는 자기보호를 위한 동작이다. 따라서 위안을 위한 자기 접촉 행동을 하게 될 때, 독백으로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라. 자기 접촉 위안을 위한 터치 테라피의 핵심은 내가 나의 또 다른 대상, 즉 관찰자가 되어서 자기의 몸과 마음의 내면을 바라보는 장면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이것은 명상 행위이다. 자신의 아픈 마음이 깃들어 있는 아픈 몸, 취약한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관찰자인 내가 아픈 나의 몸을 사랑과 연민의 정이 듬뿍 담긴 보살핌의 손길로 어루만져주는 것이다. 이때 생각과 함께 실제 자신의 손길을 움직여서 아픈 몸, 마음의 응어리가 느껴지는 몸의 부위를 어루만져준다.  자신의 에너지가 너무 소진(burn-out)되어서 생각에도 힘을 싣기 어려울 때에는 큰 에너지(기운)를 가진 누군가―종교적인 숭배의 대상이나 부모님, 존경하는 분―가 내 몸을 돌보아준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심상법을 활용하면 더 큰 돌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여. 

부디 내일은 가슴이 훈훈해지고,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는 희망의 '오늘'이 되기를.


John Denver_TODAY

https://www.youtube.com/watch?v=0AtuEIdnc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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