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를 사랑하려는 이기적이고도 이타적인 마음으로
우연히 유튜브에서 알쓸범잡이라는 프로그램 클립 영상을 몇 편 시청했다. 사회심리학과 박지선 교수님을 통해 들은 범죄자들의 수법은 어찌나 잔혹하고 끔찍한지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같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누군가의 삶을 저렇게 잔인하게 파괴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할 수 있는지 정말 혐오스러웠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들은 '남을 살해했다'고 하지만 동시에 '나를 살해한 것'이라는 건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최근 몇 년 새 Love myself라는 구호가 화두다. 그런데 나는 그 이전부터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 당최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를 사랑한다는 게 정확히,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건지 와닿지 않았다. 무조건적으로 나를 믿어주는 것? 거울 앞에 서서 열심히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나로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타인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상황에서 화를 냈을 때 시원스럽다기보다 오히려 찝찝함만 남을 때가 있다. 굳이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날 선 말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후회와 자괴감. 뒤늦게 자괴감이 찾아오는 건, 어쩌면 남한테 냈다고 생각한 화가 실은 나한테 내는 화였기 때문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비난하면 상대방이 듣기 전에 내가 먼저 듣는다. 내 입으로 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가한테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결국 나한테 가장 먼저 하는 거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비난하는 건 곧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이다.
타인을 대하는 모습이 나를 대하는 모습이고, 나를 대하는 모습이 타인을 대하는 모습이다. 내가 너고 네가 나다. 너와 나는 분리되어 있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누군가를 굉장히 증오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굉장히 증오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범죄자들이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만큼 스스로가 싫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대한 혐오와 불만이 많이 쌓여서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나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뒤늦게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고, 노약자가 보이면 자리를 양보하기도 하고 이런 일상 속 사소한 배려들, 행동들이 나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실천이 아닐까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오직 나를 사랑하려는 이기적이고도 이타적인 마음으로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참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