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르퍼르 펄펄 펑펑
눈이 오네요.
카메라(망원렌즈 70-200미리 끼워)를 들고 동네 한 바퀴 돌았습니다.
나갈 땐 잠깐 눈이 그쳤지만, 돌아올 땐 다시 펑펑 내렸습니다.
나무의 성질에 따라 눈이 쌓이는 것도 다르다는 걸
새삼 처음 본 듯 눈여겨보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문장은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 하나 살짝 끼워 둡니다.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알랭 드 보통의 말도 끼워 넣습니다.
눈이 내리는 날 퍼르퍼르, 펄펄, 펑펑, 내리는 눈길을 걸으며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는 삶,
그것을 행복하게 대하는 자세,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미끄런 눈길 마스크와 성에 낀 안경 무거운 카메라...
어떤 상황인지 알겠죠? 하필 안경 하필 마스크 하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뿌연 성에... 그러지 않고
행복한 마음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