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포토 에세이
실행
신고
라이킷
58
댓글
39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leegang
Jun 12. 2021
유월 능내리
소요
능내리 유월
이맘때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아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읊조려지는 시가 있다.
바람구두를 신고 세상을 누빈 랭보의 <소요>이다.
<소요>를 읊조리며 유월을 걷는다.
여름날 푸른 석양 보리 향기에 취해
풀잎새 함부로 밟고 조롱길을 걸어가면
마음은 꿈을 꾸고 발걸음은 가벼워
들 바람에 맨머리 시원스러이 불리운다
아무 말도, 생각도, 하지 않건만
가슴속에 용솟음치는
아-. 끝없는 사랑
나는 걸어가리라.
멀리 멀리
잠자리 없는 나그네처럼 자연 속을 걸어가리라
애인과 같이 가던 마음 즐거이!
랭보 <소요>
어제,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해거름 능내리로 달려갔다.
둘 다 묵묵히 걷기만 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표정만으로 눈빛만으로도 미간에 잡힌 신경근만으로도
그의 말을 그의 생각을 다 알 것 같다.
그의 뒷모습에서 함께 살아온 30년의 행간을 읽는다.
풀잎새 함부로 밟으며 홀로 강변길을 걷습니다. 등줄기에서 적당하게 땀이 흐릅니다. 땀내와 풀내가 뒤엉킨 후덥지근한 오후가 더없이 좋습니다. 무리 지어 핀 희디흰 개망초는 잘 그려놓은 수채화를 보는 듯합니다. 키가 큰 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는 햇살 아래 금계국 군락은 마음을 무방비로 풀어놓게 합니다. 숱하게 서성이던 나를 위한 쉼표 몇 개, 거기 찍어 놓은 것만 같습니다.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 머리글 중에서>
keyword
시선
감성글
나무
leegang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
저자
“…오늘 하루의 햇살을 소중하게 여기면서요.”
구독자
229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꽃잎 편지
봄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