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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gang Jun 12. 2021

유월 능내리

소요

능내리 유월

이맘때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아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읊조려지는 시가 있다.

바람구두를 신고 세상을 누빈 랭보의 <소요>이다.

<소요>를 읊조리며 유월을 걷는다.




여름날 푸른 석양 보리 향기에 취해

풀잎새 함부로 밟고 조롱길을 걸어가면

마음은 꿈을 꾸고 발걸음은 가벼워

들 바람에 맨머리 시원스러이 불리운다

아무 말도, 생각도, 하지 않건만

가슴속에 용솟음치는

아-. 끝없는 사랑

나는 걸어가리라.

멀리 멀리

잠자리 없는 나그네처럼 자연 속을 걸어가리라

애인과 같이 가던 마음 즐거이!  

   

랭보 <소요>        




어제,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해거름 능내리로 달려갔다.

둘 다 묵묵히 걷기만 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표정만으로 눈빛만으로도 미간에 잡힌 신경근만으로도

그의 말을 그의 생각을 다 알 것 같다.

그의 뒷모습에서 함께 살아온 30년의 행간을 읽는다.



 풀잎새 함부로 밟으며 홀로 강변길을 걷습니다. 등줄기에서 적당하게 땀이 흐릅니다. 땀내와 풀내가 뒤엉킨 후덥지근한 오후가 더없이 좋습니다. 무리 지어 핀 희디흰 개망초는 잘 그려놓은 수채화를 보는 듯합니다. 키가 큰 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는 햇살 아래 금계국 군락은 마음을 무방비로 풀어놓게 합니다. 숱하게 서성이던 나를 위한 쉼표 몇 개, 거기 찍어 놓은 것만 같습니다.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 머리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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