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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y 29. 2019

운동 안 하고 살빼기, 그 달콤한 악마의 유혹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들은 다 안다고 하죠. 운동만으로는 결코 살을 뺄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식단 조절을 하여야만 살을 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때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로 운동으로 근육 양을 늘려 놓아야지 기초대사량이 올라가서 나중에 요요가 쉽게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만약 운동을 하지 않아도 요요가 오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면? 굳이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될 겁니다. 앞서 이야기한 저탄고지의 가장 큰 매력이 운동을 하지 않고도 살이 빠지면서 요요가 잘 오지 않는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은 귀챦고 힘드나 살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고 싶은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 것 같고요. 


오늘은 운동만으로는 결코 살을 뺄 수 없지만,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살을 빼든, 살을 뺄 때에는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를 설명드릴까 합니다. 근육 양을 늘리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근육 양이 단 1%도 늘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운동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지방조직 내에 축적되었다가 살을 빼는 동안 혈중으로 왕창 흘러나오는 수많은 화학물질들 때문입니다.현재 우리는 공기, 음식, 물, 각종 생활용품을 통하여 수많은 합성화학물질들에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20세기 이후 인간들이 실험실에서 특별한 목적으로 가지고 합성한 종류들이라 생명체 진화과정 중에서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아주 낯선 놈들이죠. 물론 그 개별 화학물질들의 절대 농도는 소위 허용기준의 관점에서 보면 엄청나게 낮습니다. 하지만, 지금 사용되고 있는 허용기준이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착각에서는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인간을 비롯하여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기 몸에서 만들지 않은 이런 외부 물질들이 체내로 들어오면 이 놈들을 가능한 한 빨리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반응들이 줄지어 일어납니다. 진화과정 증 획득하게 된 핵심적인 생명현상 중 하나죠. 현재 우리가 노출되는 화학물질들의 구체적인 종류들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배출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변을 통하여 밖으로 쉽게 나갈 수 있는 놈들과 그렇게 쉽게 나갈 수 없는 놈들입니다. 전자는 우리 몸이 쉽게 수용성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쉽게 수용성으로 바꿀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즉 지용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숫자로만 본다면 소변을 통하여 배출되는 종류들이 훨씬 더 많지만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쉽게 나가지 않는 놈들이 정말 나쁜 놈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나쁜 놈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몰라도, 일단 몸 안에 들어오게 되면 어딘가 머물 곳이 필요합니다. 지용성이 강하다는 것, 기름에 잘 녹는다는 의미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지방조직이 이러한 화학물질들의 일차적인 보관장소가 됩니다. 현대사회 인간의 지방조직에 축적되어 있는 이러한 화학물질들의 양과 종류는 상상불가입니다. 잡식동물로 먹이사슬 최정점에 있으면서 수명 또한 길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전문가들을 포함하여 현재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화학물질의 관점에서 볼 때 지방조직은 일차적으로 일종의 보호 장기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지방조직은 우리 인체 장기들 중 이 놈들을 보관하기에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장소” 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단 저장된 다음, 이 놈들은 내 몸이 처리할 수 있는 속도에 맞춰서 아주 서서히 지방조직에서 혈중으로 흘러나옵니다. 이러한 지용성 화학물질들도 느리지만 배출되는 경로가 있긴 하거든요. 바로 담즙과 대변입니다. 사람들은 소변은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금방 죽는 줄 알지만, 담즙과 대변에는 무관심합니다. 내가 당장 느낄 수 있는 증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담즙과 대변을 통한 이 놈들의 배출은 소변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뚱뚱해져서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면, 소위 이러한 지용성 화학물질들의 저장 장소로서의 지방조직의 역할이 점점 부실해진다는 것입니다. 지방조직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이 놈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지방세포 안에서 밖으로, 혈중으로 슬슬 새어 나오게 됩니다. 이 기간이 1년이 되고 10년이 되면 우리 몸은 서서히 망가진다고 보면 됩니다. 장기적으로 비만이 해로운 매우 중요한 기전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비슷한 현상이 우리가 살을 뺄 때에도 일어납니다. 살을 빼는 기간 동안 지방조직의 양이 줄어드면 그 안에 축적되었던 화학물질들이 왕창 혈중으로 나오거든요. 물론 디테일은 다르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죠. 단위 시간당 절대량의 관점에서 보면 살을 빼는 기간 동안 흘러나오는 화학물질의 양이 뚱뚱해진 지방세포에서 흘러나오는 화학물질의 양보다 많습니다. 그러나 살 빼는 기간 동안 화학물질들의 혈중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진다고 해서 당장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농도 영역에서 이러한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문제는 얼마나 장기간이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살을 빼면 지방세포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지방조직의 상태가 건강해지기 때문에 단기간에는 여러 가지 지표들이 좋아지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단기간에는 그렇게 좋아진다 하더라도 살을 빼는 동안 혈중으로 흘러나온 화학물질들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네, 짐작대로 입니다. 그 놈들이 각종 주요 장기로 도달해서 머물 가능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 놈들이 지방조직 다음으로 좋아하는 장기가 우울하게도 우리 몸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사령탑인 뇌입니다. 신경계는 지질 함량이 매우 높은 장소거든요. 이 문제는 살 빼기와 살찌기를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면 더욱 심각해집니다. 지방조직 내에 축적된 화학물질들을 뇌를 비롯하여 다른 주요 장기로 재배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살을 뺄 때에는 지방조직에서 흘러나오는 지용성 화학물질 배출을 위한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요요가 오지 않도록 내가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로 살을 빼야 하는 겁니다.  


이러한 노력의 기본 중 기본이 바로 운동입니다. 담즙과 대변을 통한 화학물질 배출을 위한 필수요건이 혈액과 림프를 포함한 순환계의 활성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운동을 할 때 흘리는 땀도 배출에 상당한 의미가 있고요. 이것이 바로 저탄고지로 살을 빼든 현미채식으로 살을 빼든 어떤 방법으로 살을 빼든 지 간에, 살을 빼고자 할 때는 반드시 매일 운동을 해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운동 안 하고 살 빼기란 잠시 내 곁에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달콤한 악마의 유혹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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