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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y 21. 2019

호들갑 좀 그만 떨자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직한 이해

환경운동연합의 수장인 아주대 장재연 교수가 쓴 책,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에 대한 기사 제목들이 꽤나 자극적입니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제목화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중 하나가 “미세먼지 호들갑, 이제는 그만하자”군요. 연구자들을 포함하여 미세먼지 때문에 먹고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다양한 미세먼지를 겨냥한 상품들이 개발되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최소한 미세먼지 세계에서는 장재연 교수의 논지가 남다르긴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재 대부분 연구자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작금의 수많은 미세먼지 연구자들, 그리고 환경운동가들과 언론이 놓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지점에 대하여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지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끊임없이 불안과 공포만을 조장하는, 안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조언, 아니면 호들갑 떨지 말고 멀리 보고 대처하자라는 구호 같은 조언 외에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 해 줄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두 가지 조언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증상을 경험하는 경우와 만성적으로 몸을 서서히 병들게 만드는 경우로 나눌 수 있겠죠.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뜰 때 사람들이 주로 경험하는 것이 급성기 증상입니다. 목, 코, 눈의 약한 점막에 불편한 증상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호흡기나 순환기 계통의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들의 증상도 심해집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껴지면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끼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실내에 있는 것보다 나가서 운동을 하는 것이 더 낫다와 같은 조언은 공허합니다. 일단 내리는 비는 피하고 보는 겁니다. 방독면을 쓰든, 마스크를 끼든.. 그 순간만은 각자도생해 합니다.

 

다음은 미세먼지 때문에 만성적으로 몸이 서서히 병드는 경우입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장기간 노출은 암, 치매, 당뇨병, 심장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질병들이 사람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상황이죠. 제가 앞서 글에서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화학물질이 아니라 아주 낮은 농도의 수많은 화학물질 혼합체에 대한 장기적 노출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바로 미세먼지의 본질이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의 혼합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것이고요. 

 

미세먼지에서 다양한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광범위하게 검출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환경호르몬들을 포함하여 신경계, 면역계, 대사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오염물질들이 잔뜩 붙어 있습니다. 이러한 유해화학물질의 혼합체로서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단순히 미세먼지 농도의 높고 낮음만을 비교한다고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세먼지 농도는 동일하나 거기에서 검출되는 유해화학물질의 종류는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농도는 낮아지고 있으나 인체에 더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수십 년 전 미세먼지 농도와 현재 농도간의 단순 평면 비교가 별 의미 없는 이유죠.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미세먼지 만성 노출의 경우에는 소위 안전한 수준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WHO 허용기준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거기에 더하여 괴이하게도 어떤 수준 이상이 되면 농도가 증가해도 더 이상 위험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소위 비선형성을 보이는 거죠. 이러한 비선형성이 가능한 이유와 이 현상이 현실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오늘 글에서는 아주 낮은 농도의 위험성에만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실제로 미세먼지에 대한 장기간 노출이 암, 치매, 당뇨병, 심장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실증적으로 보고된 국가들을 보면 미국, 캐나다, 덴마크.. 등 공기 맑다고 소문난 국가들입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못 살겠다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민 가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고 이런 국가의 평균 미세먼지 수준이야 현재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낮죠. 문제는 이렇게 낮은 농도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허용기준을 강화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스크 주야장천 쓰고 다니고 비싼 공기청정기를 밤낮으로 틀어 놓는다고 의미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런 낮은 농도의 미세먼지는 우리가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는 한은 피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안전하지 않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요? 

 

제가 미세먼지에 대하여 강의를 할 때 늘 보여주는 그림 하나가 있습니다. 방안을 꽉 채우고 있는, 그러나 기존의 패러다임에 갇혀있는 대부분 연구자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코끼리입니다. 그리고 저농도 미세먼지 만성 노출의 문제는 이 코끼리의 왼쪽 앞다리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입니다. 경보나 주의보가 뜰 때의 미세먼지는 아마 그 코끼리의 엄지발톱 정도 될 겁니다. 엄지발톱만 없애버린다고 코끼리가 사라지나요? 왼 쪽 앞다리만 잘라 버린다고 코끼리가 사라지나요? 여전히 그 코끼리는 그 자리에 굳건히 존재합니다. 

 

                                                  

코끼리의 엄지발톱은 중국 탓 일 수도, 한국 탓일 수도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면 의미 있게 줄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코끼리의 보이지 않는 앞다리는 중국을 탓할 것도, 한국을 탓할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과 제가 지금 만끽하고 있는 현대 문명사회의 부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엄지발톱이나 앞다리가 아니라, 이 코끼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미세먼지가 일으킬 수 있다는 암, 치매, 당뇨, 심장병과 같은 수많은 심각한 만성질병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이런 코끼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엄지발톱만 가지고 온갖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는 격입니다.  

 

제가 앞서 <이 시대 케미포비아들을 위한 조언>이라는 글에서 방 안의 코끼리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하여 잠깐 언급한 바 있습니다. 바로 내 몸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죠. 지금 이 시간에도 공기, 음식, 물, 생활용품 등 온갖 경로를 통하여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합성화학물질들을 몸 밖으로 빨리 내 보내도록 도와주고 이들이 세포 수준에서 벌이는 일들을 빨리 인지하여 우리 인체의 항상성 유지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기적 같은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어떻게 먹고 어떻게 움직이고 그리고 마음관리가 핵심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아시고 싶으신가요? 차차 나오겠지만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들었던 건강에 좋은 생활 습관들이 그대로 다 나올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 생활 습관들이 보이지 않는 방안의 코끼리와 어떤 방식으로 총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를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것이 납득되는 순간, 여러분의 삶은 좀 더 평화로워지고 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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