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올렸던 “왜 스웨덴은 처음부터 노마스크를 선택했을까”라는 글에서 한국의 전문가들을 비판하면서 인용했던 기사가 바로 J교수가 2022년 4월 <CBS 라디오 한판 승부>에서 한 인터뷰였습니다. 그 인터뷰에서 J교수는 <실내 마스크는 비용은 가장 적으면서 효과가 가장 높은 정책>이며 <실내 마스크 해제는 마지막에나 가능한 조치>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랬던 J교수가 그동안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마스크 관련 인터뷰를 하셨더군요. 결론은 다음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예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컸으나 이제는 그 이득이 줄어들고 있다. 둘째, 마스크가 아이들의 언어와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셋째, 단계적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우선 영유아부터 마스크를 벗도록 하자.
그동안 국내 최고의 방역 전문가로 종횡무진 활약했던 J교수가 이제 와서야 마스크의 악영향 가능성을 인지했다는 것이 이 나라의 비극입니다. 아니 이제야 인지했다는 것은 아마도 진실이 아닐 겁니다. 약 1년 전 대한 예방의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J교수와 제가 함께 발표자로 참석했던 세션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발표했던 내용에는 J교수가 주도했던 <백신 접종의 이익-위험 분석>, <백신 패스>, <코비드 19 수리모델링>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영유아, 어린이 장기간 마스크 착용의 위험성>도 같이 포함하고 있었죠.
아래 그림은 J교수가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던 그 학회장에서 발표했던 자료에 포함된 슬라이드입니다. 기억나시죠? 이 슬라이드에 小貪大失이라고 적어두었지만, 사실은 소탐대실 정도가 아니라 극소탐극대실, 아니 백해무익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듯합니다.
이번 인터뷰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에서 이런 제안을 해준 J교수에게 감사하는 국민들까지 있는 것을 보면서 갑자기 스톡홀름 증후군이 생각나더군요. 방역이라는 미명 하에 무려 3년에 가까운 세월을 영유아와 어린이들에게 마스크를 강제한 질병청과 J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에게 분노해야 할 국민들이 감사를 표시하는 것을 보면서 왜 한반도에서 북한과 같은 체제가 가능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그래도 한국에서 J교수가 가진 영향력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꾸었으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은 저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3년이라는 기간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보상이 불가능한 시간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모든 발달에는 결정적 시기 (critical period)라는 것이 있으며, 결정적 시기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비가역적, 즉 그 시기를 놓치면 획득이 불가능하다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죠.
또한 J교수가 이번 인터뷰에서 인정한 언어와 정서 발달 장애는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 가져올 수 있는 악영향의 일부일 뿐입니다. 여전히 J교수는 우리를 둘러싼 공기 속에 존재하는 엄청난 숫자의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들이 어떻게 우리의 면역시스템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의 중요성에 대하여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또한 <마스크=담배=미세먼지=미세 플라스틱..>이라는 등식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하여서도 알지 못함이 분명합니다.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란 영유아에게만 해로운 것이 아닙니다.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해롭습니다. 인간은 마스크와 함께 진화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내내 앵커와 J교수가 주고받았던 대화 속에는 대전제가 있었습니다. 마스크는 매우 효과적인 방역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팬데믹이 오면 마스크는 당연히 다시 착용해야 한다고 못을 박더군요. 그러나 지난 주말 올렸던 “왜 스웨덴은 처음부터 노마스크를 선택했을까?”에서 설명드렸듯, 마스크가 지역사회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다는 과학적 증거는 매우 미미합니다.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실험실 연구결과들, 병원과 같은 특정 장소에서 보인 단기간의 마스크 효과, 그리고 오류로 가득 찬 논문들에 기반하여 J교수는 그렇게 믿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4월 우리나라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대부분 사람들은 아직까지 실외 마스크를 벗지 않으며, 여전히 <실외 마스크 착용 + 실내에서 벗고 마시고 먹고 떠들며 놀기>의 조합으로 지극히 기만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현 상태에 대하여서는 다양한 사회심리학적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저는 가장 큰 책임은 질병청과 J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공존할 수밖에 없는 바이러스를 상대로 지난 2년 반 동안 당신들이 벌였던 지상 최대의 방역쇼가 남긴 치유 불가능한 후유증입니다.
영유아부터 단계적으로 벗는 마스크란 그동안 지겹도록 해 왔던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의 연장일 뿐입니다. 마스크란 예나 지금이나 증상이 있는 환자들 그리고 원하는 사람들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필요한 작업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확진자 수 헤아리기>를 중지하는 겁니다. 지금과 같이 확진자 수 헤아리기를 계속하는 상황에서는 혹시라도 확진자수가 증가하면 책임소재가 자신한테 돌아오는 것이 두려워 마스크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도 아무도 이를 폐지할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팬데믹이 오면 마스크는 당연히 다시 착용해야 한다는 J교수가 반드시 그전에 꼭 읽어봐야 할 책과 논문들이 있어 소개합니다. 먼저 에덤 윌킨스가 쓴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라는 교양서를 반복하여 정독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pubmed를 검색하면 수도 없이 뜨는 cross-immunity와 viral interference에 대한 논문들을 읽으면서 지구 생명체 탄생 이래부터 존재했던 이러한 자연현상이 현실에서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스스로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제가 죽기 전까지 이번과 같은 팬데믹을 적어도 몇 차례는 더 경험할 것 같으니, 이런 당부를 하는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