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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Sep 25. 2022

1만 명 항체 조사 소고

전체 감염자 중 2/3를 찾아내는 기염을 토했다는 그들..

정작 필요할 때는 하지 않더니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와서 1만 명 항체 조사를 질병청에서 했습니다. 과학 방역을 하겠다면서 벌인 이 조사는 “현시점 전 국민 항체 조사는 왜 아무런 의미가 없나?”에서 적었듯, 그들의 실적용 혹은 논문 작성용 조사일 뿐입니다. 이런 조사를 벌이면 벌일수록 우리가 일상을 회복하는 시점만 점점 더 미루어질 뿐입니다. 

 

사회가 정상화된 후 질병청이 남는 예산을 가지고 1만 명을 조사하든 10만 명을 조사하든 저 같은 사람이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내 마스크 의무화 정책까지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 이런 쓸데없는 조사를 벌이면서 계속 코로나 정국을 이어가는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참으로 힘들군요. 

 

지난 6월에 올렸던 “항체 양성률 95%에 대한 나름 해설서”에서 2022년 1월 S항체 양성률이 무려 93.2%였으나 그 이후 하루 수십만 명 확진자가 폭증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자연감염을 의미하는 N항체 양성률은 0.6%에 불과했는데,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자연감염 없이 백신만으로는 절대로 유행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방역당국이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해 왔던 부질없는 일들을 중지하고 일찌감치 사회를 정상화했더라면 2년 동안 자연 감염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갔을 것이며, 그랬다면 다른 국가들처럼 오미크론 유행을 가볍게 지나갈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N항체 양성률은 57.5%였다고 합니다. 질병청에서는 이 숫자를 그동안 확진자 누적발생률인 38.2%와 비교하여 미확진 감염률을 19.5%로 산출했더군요. 그리고 거기에 대한 그들의 해석이 백미입니다. (1) 우리나라의 자연감염에 의한 항체 양성률과 미확진 감염률은 국외 사례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2) 이는 높은 검사 접근성과 국민의 방역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결과를 두고 그들은 "전체 감염자 중 2/3를 찾아내는 기염을 토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K방역을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아직도 자연 감염자 수가 적고 미확진 감염자 수가 적은 것이 성공적인 방역의 징표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코비드 19 유행시 동일한 사망률을 가졌던 A국가와 B국가 모두 인구 50%가 자연감염을 경험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런데 A국가는 미확진 감염자가 거의 없었던 반면 B국가는 대부분이 미확진 감염자였다고 칩시다. 그렇게 된 이유는 A국가는 감염자들을 추적하고 선제 검사하는 일에 예산, 인력, 자원을 총 투입하였으나, B국가는 국민들이 경험하고 지나가는 무증상, 경한 감염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와 B, 어떤 국가가 정상일까요? B국가가 보면 A국가가 하는 일이 정말 어이없지 않을까요? 그냥 둬도 아무 일이 없는데 왜 저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국가가 아니라 개인을 예로 들면 더 실감 나겠네요. A와 B 둘 다 이번 항체 조사에서 N항체가 양성으로 나왔는데, A는 확진 감염자였고 B는 미확진 감염자라고 칩시다. A 사연은 눈물겹기 짝이 없습니다. 확진된 후 자신의 휴대폰 위치 정보와 신용카드 정보까지 다 털려야 했으며 진술 확인을 위해서 CCTV까지 동원되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선제 검사 대상이 되었으며 그들에게 엄청난 원망과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하루 이틀 열나고 곧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생활치료센터에서 주는 밥만 먹으면서 2주간 감금된 것은 물론입니다. 격리 해제된 후 출근한 회사에서는 첫 번째 확진자로 소문나서 회사 생활조차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A입장에서는 정말 어이없고 억울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우리나라 질병청과 그 전문가들은 A국가처럼 해야 한다고, A처럼 관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존재감이 거의 없는 B국가보다는 자신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A 국가가 당연히 좋을 겁니다. 하지만 국민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런 주장을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코비드 19와 같은 감염병은 자연감염 경험자가 많아져야만 안전한 공존이 가능합니다. 성공적인 방역 정책이란 그 시점에 이를 때까지 얼마나 사회에 불필요한 공포를 야기하지 않고 가능한 한 사회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가에 있습니다. 유행 초기 올렸던 "신종 코로나 유행이 가능한 한 빨리 종식되려면.."에 설명드렸듯, 무의미한 진단검사를 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방역 정책의 핵심입니다. 

 

무분별한 PCR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면?”에서 PCR 검사란 코비드 19 사태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질병청과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 무슨 감염병이라도 유행의 조짐만 보이면 PCR 진단키트부터 만들어서 제2, 제3의 코비드 19 사태를 벌이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특히 거대 조직으로 탄생한 질병청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예산과 인력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유혹을 받기가 더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비드 19 사태에 대한 정직한 복기가 너무나 시급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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