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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l 23. 2022

현시점 전 국민 항체 조사는 왜 아무런 의미가 없나?

지난 정부의 방역 정책을 두고 쉬운 일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서 하는 “골드버그 장치”에 비유한적이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고위험군과 환자 중심의 방역 정책을 둘러싼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의미 없는 확진자수에 목숨걸었던 K방역의 오류와 함께 바이러스와의 공존 전략을 시급히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만, 질병청에서는 전 국민 항체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한 과학 방역을 계획하고 있다는군요.


질병청 주장에 의하면 항체 조사로 미확진 감염자의 역학적 특성을 파악하면 방역대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할 수 있으며, 항체 조사에서 얻어진 정보를 근거로 연령, 지역, 직업별로 세분화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골드버그 장치인 "자동 등 긁기 기계"를 기존 9단계에서 10단계로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질병청은 8월 중 1만 명에 대한 항체 조사를 해서 9월에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는데, 현시점 항체 조사가 가진 의미에 대하여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먼저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군요.


제 혈액에 N항체도 없고 S항체도 없다면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항체가 없으면 저항력이 없는 것이니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작정인가요? 혈액 중 항체란 인체 면역시스템중 일부일 뿐이며, 건강한 사람들은 대부분 바이러스를 선천면역 수준에서 처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요? 자연감염을 경험해도 백신을 맞아도 항체는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소실된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겠죠? 항체가 사라져도 세포 면역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도요.


만약 제 혈액에 S항체만 있다면 저를 어떻게 분류할 계획인가요? 2022년 1월에 시행한 항체 조사에서 표본의 93%에서 S항체가 있었으나 그 이후 하루 수만,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 세계 1위를 찍은 것은 기억하고 있겠죠? S항체로는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는데 S항체 유무에 따라 어떻게 방역정책을 차별화할 건가요? S항체가 있거나 없거나 고위험군은 여전히 조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삶을 사는 것 아닌가요?


예전에 확진자로 분류된 적이 없는데 N항체가 나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 현시점에 이 사람들의 역학적 특성을 파악하면 어떻게 방역대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할 수 있나요? 만약 10대에서 미확진 감염자 비율이 높았다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주 선제 검사를 실시해서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낼 계획인가요? 설마 K방역 시절처럼 무증상 감염자를 미리 찾아서 격리시키는 것을 과학이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니겠죠? 아직도 코비드 19와 같은 감염병은 자연감염 경험을 가진 건강한 사람들이 많아져야만 공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나요?  



하나부터 열까지 제 머리로는 현시점 항체 조사가 어떻게 과학 방역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과 같은 항체 조사가 반드시 필요했던 유행 초기에는 하지 않고 있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오류로 가득 찬 항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던 질병청에서 사태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와서 과학 방역을 이야기하면서 전 국민 항체 조사를 하겠다니.. 질병청에 소속된 그 수많은 고급 인력들의 판단력에 오로지 경외감만을 가질 뿐입니다.


이번 항체 조사 결과는 연구자들 논문 쓰기용으로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언정, 방역정책을 결정하는 데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항체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관계없이 현시점의 과학 방역이란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도록 그냥 두고 고위험군과 환자 중심의 방역정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계획하는 항체 조사란 과학 방역은 커녕 지난 정부의 보여주기 식 방역의 연장선이라고 봐야 합니다.


항체 조사 결과가 가을쯤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의미 없는 항체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고 또다시 몇 개월 허송세월 하게 될 우리 사회가 참으로 안타깝군요.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 건강한 사람들이 가능한 한 감염을 많이 경험하고 지나가는 것이 겨울철 유행을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언제쯤이면 이 분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번 항체 조사 결과가 발표될 즈음에는 북반구에 다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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