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덕희 Sep 18. 2022

왜 스웨덴은 처음부터 노마스크를 선택했을까?

그들의 과학과 우리의 과학이 왜 이토록 다를까? 

다들 아시다시피 스웨덴의 노마스크 정책은 유명합니다. 유행 시작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국민들이 실내든 실외든 마스크를 끼지 않았죠. 코비드 19를 흑사병급 감염병으로 착각했던 대한민국 사람들은 곧 스웨덴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냥 자신들의 일상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현시점 스웨덴의 누적 초과사망이 한국보다 더 낮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당혹감을 금할 수 없을 겁니다.


스웨덴의 방역 정책을 이끌었던 안데스 테그넬 박사는 처음부터 "마스크가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라고 이야기했고 끝까지 그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유행 내내 "마스크는 끝까지 가져야 할 가성비 최고의 방역 정책"이라고 주장했으며, 최근 질병청에서 제작한 홍보 동영상에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까지 등극시켜 놓았습니다.  


왜 이렇게 두 국가의 이야기가 다를까요? 분명히 두 국가 중 한 국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2019년 WHO에서 발간한 호흡기계 바이러스 감염병 팬데믹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다음은 프로토콜 20쪽에 나오는 마스크에 대한 요약입니다. "Although there is no evidence that this is effective in reducing transmission, there is mechanistic plausibility for the potential effectiveness of this measure" 앞뒤 문장을 바꿔 번역하면, 기전적으로는 마스크가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효과가 있어 보이나 현실에서 전파를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기전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실험실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에 기반한 것입니다. 앞서 올렸던 마스크 관련 글들에서 반복해서 강조했던 사실이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마네킹한테 마스크를 씌워놓고 시행했던 연구결과나 병원과 같은 특정 장소에서 보였던 단기간 마스크 착용 효과를 가지고 현실에서도 마스크가 효과적인 것처럼 대중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실험실의 마네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험실 연구 외에도 대중을 기만하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22년 4월 동아사이언스에 실린 "실내 마스크 착용, 여전히 과학계 이견 없는 가성비 최고 방역효과"라는 기사에서는 논문 2개를 구체적으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 CDC에서 발표한 환자-대조군 연구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수리모델링 결과입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대조군 연구가 그러하듯 이 논문도 연구 결과를 왜곡시키는 각종 bias의 총체라고 할 만큼 문제가 많은 논문이고, 코비드 19 수리모델링 논문들은 사이언스인지 사기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가 실제로 지역사회 전파를 감소시킬 수 있는가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 나온 증거>만 믿을 수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유행시 시행된 14편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결과에서 마스크의 바이러스 전파 예방 효과는 극히 미미했었다는 사실은 이미 수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코비드 19 유행시에도 덴마크와 방글라데시에서 시행된 2개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있었습니다. 개인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을 한 덴마크 연구에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마을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을 한 방글라데시 연구는 마스크 착용군의 환자 발생률이 다소 낮은 것으로 나왔죠 (실험군 0.68% vs. 대조군 0.76%, 이 정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온 이유는 연구대상자가 무려 삼십만 명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방글라데시 연구는 Science라는 초특급 저널에 발표됨으로써 전 세계 언론에서 마스크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식으로 대서특필된 바 있습니다만, 연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50세 이상에서만 효과가 있었을 뿐 젊은 연령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원 데이터를 재분석한 논문에서는 방글라데시 연구 시행과정 중 발생한 각종 bias들이 Science에 보고된 연구결과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며  마스크 효과에 대하여서는 알 수 없다고 적고 있죠. 즉, "마스크가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라고 했던 안데스 테그넬 박사의 주장은 현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한 듯싶습니다. 


이제는 다들 이해하겠지만 코비드 19는 자연감염 경험자가 많아져야만 공존 단계로 들어갈 수 있는 감염병입니다. 이런 감염병의 특성을 이해하고 나면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파는 마스크로 막을 수도 없지만 막을 필요도 없습니다. 마스크란 기본적으로 증상이 있는 환자들과 감염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기 의사에 의하여 철저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어떤 이유로든 마스크를 원하는 사람들은 평생 사용해도 아무도 말리지 않습니다. 담배도 원하면 평생 피우는데, 마스크가 무슨 대수겠습니까? 하지만 원하지 않는 사람들, 특히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건강상 위해가 가능한 사람들에게 국가가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은 후자의 범주에 속합니다. 마스크 장기 착용의 유해성에 대하여서는 지금 링크하는 "마스크=담배=미세먼지=미세플라스틱=... "과 그 글 안에 포함된 다른 링크글들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유행 초기부터 공존할 수밖에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대응, 특히 대한민국의 기괴한 대응을 말할 수 없이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최근 마스크를 둘러싸고 언론에서 이런저런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내친김에 마스크뿐만 아니라 코비드 19 유행 전반을 제대로 복기해 보는 기회로 삼기 바랍니다. 이제는 최종 성적표가 나온 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안데스 테그넬 박사가 토로했듯 전 세계가 미쳐 돌아가긴 했지만, K방역의 대한민국은 그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위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