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WHO가 칭찬하는 일은 반드시 재고해야 하는가?
며칠 전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이라는 길고 긴 직함을 가진 정기석 교수가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들이 틈만 나면 이야기하는 과학적 근거라는 것의 지독한 비과학성에 대하여 코비드 19 사태 내내 성토하긴 했지만, 이건 적반하장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기석 교수가 이끄는 위원회와 방역당국에서 거의 세계 유일의 실내 마스크 의무화 제도를 존속시키기 위하여서는 아래 두 가지 사안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첫째, 실내 마스크 의무화 제도가 없으면 사회적 피해가 더 크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때는 반드시 처음부터 노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했던 스웨덴의 초과사망이 왜 유럽 최하위권이며, 심지어 한국의 초과사망보다 낮은 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둘째, 마스크 착용이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모든 국민에게 어떠한 피해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의무는 명백하게 그들에게 있으며, 이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실내 마스크 의무화 제도는 당장 폐지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특히 두 번째 사안에 대하여 근거를 대지 못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판단 오류로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정기석 교수처럼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할 과학적 근거> 운운하는 것은 멀쩡하게 살던 사람을 감옥에 가두어 놓고서는 당신이 무죄라는 근거가 부족하므로 감옥에 계속 갇혀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오늘 나온 한국의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칭찬하는 WHO 사무차장보 인터뷰 기사가 다시 한번 뒷목을 잡게 만드는군요. 이번 팬데믹 시 WHO가 보인 행보는 가히 그들의 존재 이유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래는 현시점 제가 대충 기억하는 WHO의 팬데믹 흑역사입니다. 이걸 읽고 나면 WHO가 칭찬하는 일은 반드시 재고해야 하고, WHO가 반대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1. WHO가 2020년 2월 발간한 “Report of the WHO-China Joint Mission on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를 보면 중국 우한의 전면 락다운을 온갖 수식어로 찬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국가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만 남긴 전면 락다운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배경입니다.
2. WHO는 자신들이 권고했던 전면 락다운을 거부한 스웨덴을 2020년 내내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스웨덴의 초과사망은 현재 유럽권 최하위권이며, 심지어 우리나라 보다도 낮습니다.
3. 코비드 19 유행 중 WHO 사무총장의 슬로건은 “Test, test, test”였으며, 이로 인하여 대규모 PCR 검사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합니다. 이를 따르지 않았던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었는데, 2020년 일본은 WHO가 스웨덴 다음으로 비난했던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 일본의 코비드 19 사망률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이었고 총사망률조차 증가하지 않았죠. 현재 일본의 초과사망은 동아시아권 최하위권입니다.
4. WHO는 2020년 봄 개인정보를 강제로 털어서 동선 추적하던 한국의 K방역을 두고 중국 우한의 전면 락다운때처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면서 다른 국가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 권고했죠. 하지만 동선추적 K방역이란 최신 IT기술에 기반한 21세기형 마녀사냥과 동의어였으며, 이런 짓을 2년 동안 벌였던 대가가 2022년 오미크론 유행시 세계 최고의 초과사망이었습니다.
5. 2020년 후반 WHO에서는 기존 집단면역 정의에서 자연감염을 삭제하고 백신 접종만 남겨두는 놀라운 일을 벌입니다. 하지만 코비드 19와 같은 바이러스에 대한 진정한 집단면역은 자연감염으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알 겁니다 (참고로 집단면역이란 확진자 수 0, 사망자 수 0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집단면역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자 하는 분은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겠다는 헛된 꿈"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6. 일찍부터 초기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몇몇 repurpose 약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WHO가 제3세계국 필수의약품 목록에 올려둘 만큼 안전한 약이었던 이버멕틴이었습니다. 그러나 WHO에서는 코비드 19 바이러스 감염에 대하여 이버멕틴 사용을 금지하죠. 플라세보 효과만 있다 하더라도 제 할 일은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있는 이버멕틴 사용을 왜 그들은 그토록 막았을까요?
현재 감염병이든 만성병이든 건강과 관련된 모든 이슈에서 WHO가 가진 위상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공존할 수밖에 없는 바이러스를 상대로 WHO가 이번에 벌였던 일은 무능한 것은 물론이고 선의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WHO의 사무차장보가 한국을 방문하여 이번에는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칭찬하고 있군요.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하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