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논란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군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가 안전함을 강조하기 위하여서 사용한 “후쿠시마 오염수 1리터도 마실 수 있다”라는 표현이 불씨가 되어 더욱더 사회의 분열과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앨리슨교수의 인터뷰를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인체는 손상이 있으면 복구될 수 있도록 진화돼 왔습니다. 사람은 항상 방사선에 노출돼 있고, DNA와 세포는 곧바로 복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지도록 생물학적으로 설계되었고.. 저는 물리학자로서 세포, 생물학적 관점에서 우리 몸이 반응하는 걸 보고 감명을 받습니다”
앨리슨교수는 <방사선 호메시스> 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듯 했는데 차마 그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는 못하고 있더군요. 앨리슨교수가 차라리 Hormesis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위와 같은 이야기를 했더라면 호메시스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을 검색해 보고 현 시대를 지배한 방사선에 대한 기본 전제 –방사선은 제로만이 안전한 것이다-가 오류임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늘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한편 언론에서는 앨리슨교수 주장을 반박하는 해외 전문가 의견으로 현재의 패러다임인 “안전한 방사선이란 것은 없다”고 주장하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티머스 무쏘 교수의 발언을 실었더군요. 특히 무쏘 교수는 방사선으로 인한 유전자변이를 강조하고 있었는데 유전자변이란 단어는 자연스럽게 암발생 위험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사람의 유전자변이가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과연 뭘까요? 삼중수소? 세슘? 플루토늄? 아닙니다. 답은 바로 자연 돌연변이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세포는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 중에 엄청난 수의 자연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이 별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그러한 돌연변이를 즉각적으로 교정하거나 돌연변이가 축적된 세포들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유전자 돌연변이는 방사선이 있건 없건 누구한테나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발생하는 일이며, 암이라는 질병으로 진행여부는 그다음 단계에서 결정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다음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유기체가 가진 면역시스템의 힘입니다. 면역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하면 돌연변이쯤이야 모든 생명체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인체에 해로운 것은 돌연변이를 야기하는 특정 인자가 아니라 면역기능 저하에 관계하는 인자들입니다. 끊임없는 불안과 걱정은 면역기능에 악영향을 끼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국민 건강에 가장 큰 해가 되는 행위는 사회에 공포를 조장하는 일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방사선의 존재와 함께 진화해 왔기 때문에 방사선이라는 것은 0에 가까울수록 안전한 것이 아니라 0이 되면 오히려 해롭습니다. 적정 수준의 방사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체 기능이 최적화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인체에서 방사선과 매우 유사하게 작동하는 사례가 바로 <활성산소>입니다. 활성산소 역시 방사선처럼 유전자 돌연변이를 야기합니다만, 활성산소란 0만이 안전하고 증가하면 할수록 해로운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양의 활성산소는 생명체 유지와 보수기능을 최적화시키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죠. 즉, 아래 그림에서 과도한 활성산소 (ⓐ)만큼 해로운 상황이 바로 적절한 양의 활성산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링크한 글에서 설명했듯 "운동할 때 한 알 항산화 비타민제 복용이 나쁜 이유"입니다.
양극단 모두 해롭다는 중용, 중도의 원리는 단순히 철학적 사유의 결과물이 아니라, 생명체의 기본 작동 원리로 방사선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재 사용되는 방사선 허용기준을 만들 때 사용된 대전제인 LNT (linear non-threshold)모델 -방사선은 0만이 안전한 것이고 노출량이 증가하면 할수록 해로운 것-은 명백한 오류이며 2017년 이미 “Obituary notice: LNT dead at 89 years, a life in the spotlight” 라는 제목의 논문이 학술지에 실릴 정도였습니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부고 알림: LNT모델 89세의 나이로 사망하다”로, Science나 Nature에 실려도 손색없는 과학사에 길이 남을 인물의 부고였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아무쪼록 공포가 아닌 이성의 힘으로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