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으로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점은 마스크 부작용으로 꽤 많은 연구가 된 주제입니다. 이 문제는 마스크가 언어나 인지기능 발달 혹은 면역기능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비하면 일견 사소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사회 전체로 볼 때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얼굴 표정만으로 20가지 이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종으로, 얼굴을 통한 감정의 상호 전달은 호모 사피엔스가 사회적 동물로 진화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얼굴은 인체에서 미세 근육이 가장 많이 분포한 장소로 사람들은 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 상태를 타인에게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얼굴을 통하여 전달되는 다양한 감정을 크게 (1) 부정적 감정 (분노, 공포, 슬픔, 역겨움 등)과 (2) 긍정적 감정 (행복감, 즐거움 등)으로 대별한다면,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눈과 눈썹만으로도 비교적 잘 전달되나 행복감과 같은 긍정적 감정이 전달되는 주경로는 입모양을 포함한 하관입니다. 따라서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마스크로 하관을 가린 채 생활을 하게 되면 긍정적 감정의 전달이 선택적으로 차단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아래는 한 논문에 포함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사진입니다. 굳이 연구 논문이 없다 하더라도 누구나 하관을 가린 상태에서는 감정을 쉽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7가지 감정 중 눈과 눈썹만으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감정이 분노입니다. 유아, 어린이, 성인을 대상으로 비교 분석한 논문을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마스크를 낀 상태에서는 감정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비율이 급증합니다. 보통 이런 연구에서는 연극배우들에게 과장된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기 때문에 문제가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현실에서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월 1일 대부분 방역규제가 해제되었으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질병청과 그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한, 의료기관에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는 일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듯싶습니다. 그들의 논리에 의하며 마스크가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모든 미생물로 인한 호흡기계 감염병을 막아줄 텐데, 어떻게 매년 폐렴 사망이 2~3만 명, 독감 사망이 2~3천 명에 이르는 국가에서 감히 의료기관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할 수 있을까요?
의사-환자 관계는 의료행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똑같은 치료를 해도 의사-환자 관계가 좋으면 예후가 더 좋다는 사실을 경험 많은 의사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소위 플라세보 효과로도 불리는 심리적 요인은 유사과학이 아니라, 하버드 대학에 플라세보 효과만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을 정도로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연구 주제죠. 이토록 중요한 의사-환자 관계에 과연 마스크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환자가 의사에게 신뢰를 가지게 되고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표현하도록 교육받은 연민과 공감이라는 감정이 전달되는데 정말 마스크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걸까요?
저는 더 늦기 전에 의료계가 코로나19 유행동안 질병청과 그 전문가들이 해온 모든 강제 혹은 권고 사항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객관적인 평가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하여 시급한 것이 의료기관 마스크 의무화 제도에 대한 검토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요양병원, 요양원 등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 듣는 힘도 말하는 힘도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그 분들에게 3년 4개월도 부족하여 현시점 마스크 의무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드시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앞서 여러 글에서 설명드렸듯 장기간 마스크 착용은 효과도 불분명하지만 그 자체로 다양한 부작용이 가능한 비윤리적인 개입으로, 예나 지금이나 마스크란 증상이 있는 환자들 그리고 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착용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