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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l 04. 2023

발암물질이라는 아스파탐 논란을 보면서..

WHO가 대표적인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로 분류하겠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식품업계와 대중들이 대혼란에 빠졌다고 하는군요. 어떤 회사 제품은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경쟁 회사의 동일 제품은 아스파탐이 아닌 다른 감미료를 사용했다고 해서 명암이 엇갈리는 듯하고요. 


현재 식약청에서는 일일섭취 허용량을 이야기하면서 매일 막걸리를 33병, 제로콜라 55캔을 먹어야 되는 양이므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현시대 합성화학물질로 인한 문제 대부분은 허용기준 이하에서 발생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앞으로 인류 건강은 계속 악화될 일만 남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내내 감염병에 대한 현재 패러다임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는데요, 소위 허용기준을 결정한다는 학문도 오류투성이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허용기준이하라서 안전하다는 거짓말”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훨씬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따져봐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WHO에서 분류하는 발암물질 등급이 가지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WHO산하 IARC에서는 발암물질을 1군, 2A군, 2B군 등으로 나누고 있는데요, 1군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종류들, 2A군은 “추정”되는 종류들, 2B군은 “가능”한 종류들입니다. 영어로는 각각 confirm, probable, possible이라고 부르죠. 현시점 1군으로 분류된 것은 126종 정도이고, 2A군 94종, 2B군 322종입니다. 아스파탐이 여기에 포함되면 2B군 322종이 323종으로 늘어나는 것일 뿐이고요. 



사람들은 발암물질이라고 하면 당연히 1군을 제일 두려워하고, 2군으로 떨어지면 상당히 경계심이 낮아지며 급수가 없는 것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1군은 1등으로 해롭고 2군은 2등으로 해로운 종류들인 걸까요? 


먼저 이론적인 이야기 잠깐 하겠습니다. 현재 암 발생 과정으로 널리 알려진 이론은 소위 “다단계 모델”입니다 (사실 이 발암 모델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주로 3단계로 나누는데요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1) 먼저 건강한 세포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합니다. 이를 “개시단계 (initiation)”라고 부릅니다. (2) 다음은 돌연변이가 발생한 세포가 계속 늘어가는 단계입니다. “촉진단계 (promotion)”라고 부르는 과정입니다. (3) 마지막으로 다른 유전자 변이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세포수도 계속 늘어 결국 우리가 진단받는 암으로 발전하는 단계입니다. 이를 “증식단계 (progression)”라고 하죠. 


이쯤에서 질문 하나 드려볼까요?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기 위하여 현재 우리 주위에 발암물질이 “A” “B” 이렇게 딱 2가지 밖에 없다는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A”는 “개시단계”에 작용하고, “B”는 “촉진단계”나 “증식단계”에서 작용하는 발암물질이라고 칩시다. 만약에 하나님이 인간을 어여삐 여겨 둘 중 하나를 없애주겠다고 한다면 어떤 것을 없애달라고 할 것 같은가요? 힌트를 드린다면 현 패러다임 하에서 A처럼 개시단계에 작용하는 것은 1군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높고, B처럼 그 후에 작용하는 것은 2군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택하셨나요? 아마도 대부분은 1군인 “A”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저는 2군인 “B”를 선택할 것 같아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제가 “B”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1군 발암물질은 사람에서 확실하게 해로우나 2군 발암물질은 확실성이 떨어진다는 현재의 패러다임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현 패러다임상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되기 위해서는 노출농도가 높을수록 암 발생위험이 올라가는 현상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역학 연구에서 확인되어야 합니다. 이런 현상이 관찰되지 않으면 아무리 동물실험에서 암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불충분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죠. 즉 2군으로 떨어진다는 겁니다. 


현 과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선형성 도그마”의 폐해에 대하여 여러 번 비판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만,  거의 모든 유해화학물질들은 사람들이 노출되는 농도 범위에서 선형성을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B"와 같이 촉진 혹은 증식단계에서 작용하는 화학물질들이 그렇습니다. 즉, 노출농도가 높을수록 암세포가 더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낮은 농도가 필요합니다. 이와 같이 비선형성을 보이는 인자는 소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역학연구에서 신뢰성 있게 입증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만 사람들은 역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가진 치명적인 한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죠. 역학자들조차 그렇습니다. 


제가 “B’를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인체에서 의미 있는 암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개시단계”에서 작용하는 종류보다 “촉진단계”나 “증식단계”에서 작용하는 종류들이 더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유전자 돌연변이란 발암물질의 존재가 전혀 없다 하더라도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우리 몸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자연 돌연변이 (spontaneous mutation)라고 부르죠. 그리고 우리가 몸에 좋다고 알고 있는 종류들, 예를 들면 식물성식품 안에 포함된 파이토케미컬도 실험실에서 검사해 보면 상당수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킵니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발생한 초기 이상세포는 유기체가 가진 면역시스템의 힘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면역기능만 제대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개시단계”수준의 세포는 아무런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인체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던가 혹은 면역세포가 처리할 수 있는 속도보다 “개시단계”의 세포가 훨씬 더 빨리 자라는 경우입니다. 바로 이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B”라는 놈입니다. 즉, 암이 암답게 자라는 데는 씨보다는 밭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죠. 


마지막 이유입니다. 노출농도가 높을수록 더 위험해지는, 즉 선형성을 보이는 종류들은 그래도 현실에서 상대하기가 쉬운 상대입니다. 내가 피하고자 노력하는 만큼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비선형성을 보이는 종류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어설프게 피했다가는 더 위험해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제가 이 글에서 사용한 A와 B는 편의상 사용한 용어일 뿐이고, 사실 합성화학물질들이 종류에 따라 이것은 A, 저것은 B, 이렇게 딱 떨어지게 나눠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화학물질이 농도에 따라 높은 농도에서는 A로, 낮은 농도에서는 B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그 중간쯤 어딘가에서는 호메시스를 유발하고요. 중요한 점은 현대사회에서는 A로 작용할 수 있는 농도보다 B로 작용할 수 있는 농도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A도 B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화학물질들도 많다고 봐야 합니다. 바로 우리 면역체계나 손상이 발생한 DNA를 재빨리 수선하는 기전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C”와 같은 놈들이죠. 사실은 A나 B보다 이 놈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링크했던 “허용기준이하라서 안전하다는 거짓말”에서 설명드렸듯, 모든 화학물질들이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하는 현 패러다임하에서는 “C”와 같은 놈은 결코 발암물질로 간주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C”라는 놈은 A와 B가 함께 존재하면 적절한 농도에서 심각한 발암물질로 변해버릴 수 있죠. 


아스파탐뿐만 아닙니다. 앞으로도 발암물질에 대한 소식은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발암물질이 여기서 나왔다 저기서 나왔다 떠들어대면 기분이야 썩 좋지 않겠지만 너무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이미 우리 주위에는 수십 개의 “A”와 수백 개의 “B”과 수천 개의 “C”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구나 노출되면서 살고 있지만 모두가 환자가 아닌 이유는 비선형성을 가진 혼합체의 복잡성에 있고요. 문제 핵심은 <개별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화학물질의 혼합체가 보여주는 유해성>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A"든 "B"든 “C”든 피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 인생이 괴롭습니다. 자기 위로야 되겠지만 큰 의미도 없고요.  아니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피하기에 집중하면 십중팔구 걱정, 불안, 공포에 휩싸인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런 마음 상태는 그 자체로 면역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놈들이 내 몸에 들어와서 저지르고 있는 일들을 그때그때 처리하는데 집중하면서 그냥 맘 편히 사는 겁니다.


혹시 코로나 사태 초기에 올렸던 "신종 코로나 대응면역력 일깨우는 방법 ABCDE기억나시나요? 여기에 언급된 생활습관들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바로 내 몸을 도와서 수많은 A, B, C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다시 한번 링크 글을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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