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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y 18. 2023

방역소독제, 흡입하면 해롭지만 닦아 쓰면 괜찮다?

평소 제가 자주 가는 장소 중 집 근처 단골 카페와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 도서관에는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독을 실시합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하루 3차례 정기적인 분무 소독을 시행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단골 카페도 마찬가지입니다. 테이블이 비면 즉각 소독제를 뿌려서 닦고 다음 손님을 받습니다. 성실하고 선량한 카페 주인한테 소독제를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넌지시 말을 건네 보았지만 이미 3년 동안 소독제 사용은 습관처럼 굳어버린 듯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전국의 직장,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 대부분 장소에서 수시로 소독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믿음 하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며, 많은 지자체에서는 주기적으로 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소독제를 대량 살포하는 일을 이벤트화시켜 버렸습니다. 유행 초기부터 분무소독이 별 의미 없으며 오히려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번 지적된 바 있으나 현장에서 거의 반영되지 못한 이유는 분무소독대신 권장되는 표면소독의 번거로움과 함께 분무소독이 보여주기 방역쇼에 훨씬 더 어울리는 소도구였기 때문일 겁니다. 



어제 JTBC에서 코로나19 유행시 많이 사용했던 방역 소독제 중 하나인 4급 암모늄 화합물에 대한 방송을 했군요. 기사 요지는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성분이기도 한 이 소독제는 수건에 묻혀서 물건을 닦는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분무기로 뿌리면 안 된다는 것으로 <4급 암모늄 화합물을 분무소독에 사용했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4급 암모늄 화합물이든 다른 염소계 화합물이든, 그리고 분무소독에 사용했든 표면소독에 사용했든 방역 소독제가 일상에서 장기간 사용되는 것은 그 자체로 해로운 것입니다. 이들은 당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서서히 미토콘드리아를 병들게 만들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2020년 2월에 올렸던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쉬운 상대가 감염병입니다”라는 글에서 발췌한 것으로, 당시 분무 소독이 전국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쓴 글입니다. 


“.. 하지만 저는 미리 조심하는 것이 지나치면 장기적으로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고 봅니다. 경제가 위축되고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은 미지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소독제, 살균제, 항균제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기본 작동기전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든 박테리아든 곤충이든 뭐든 다른 생명체를 공격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성분들은 "일상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득 보다 실이 훨씬 더 큽니다.  시간만 좀 걸릴 뿐 그 폐해는 100%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 놈들은 제가 늘 이야기하는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의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하고 내 몸의 공생 미생물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따라서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긱종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런 만성질환에 걸리면 아이러니하게도 다음 감염병 유행시 가장 취약한 집단이 됩니다. 병에 걸리기도 쉽고,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도 더 높죠.


다들 기억하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그 본질을 캐고 들어가 보면 그 기저에는 우리 사회가 미생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과도한 공포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생물은 미리미리 사전에 없애버리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설익은 판단, 청결에 대한 집착, 그리고 뭐든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서 팔아야만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이 맞물려서 빚어낸 참사였죠.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신종감염병 그 자체보다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게 될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로 인한 후환이 더 공포스럽습니다..” 



이번 문제는 단지 <4급 암모늄 화합물을 분무소독에 사용했다>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면 안 됩니다. 현 시대를 지배한 감염병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함께, 방역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방역소독제뿐 아니라 손소독제, 마스크, 거리두기 등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전체 사회에 강요되었던 모든 행위는 결국 사람들에게 더 큰 건강상 위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만 지난 3년 동안 세뇌되었던 방역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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