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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y 12. 2023

느슨하게 대응할수록 성적이 더 좋은 방역 미스터리

K방역을 비판하는 정치권 발언에 대한 기사 댓글들이 굉장하군요. 물론 기사에서 지적하는 K방역의 문제점은 핵심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부차적인 이슈에 불과하며, 현 정부도 아직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우리나라 코로나 사태가 왜곡된 근본적인 이유는 질병청과 그 전문가들의 오판에 있으며, 여기에 감염병 유행을 기회로 활용하고자 했던 정치권이 가세함으로써 점입가경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K방역 지지자들의 <K방역은 성공한 방역정책>이란 믿음은 너무나 확고하여 어떤 결과를 보여줘도 그들을 설득하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정권을 지지하든 국민들이 K방역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이번과 같은 일은 반드시 반복되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겁니다. 비록 극소수라 하더라도 객관적인 자료 앞에서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이성적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믿으며 지금까지 올렸던 글의 최종 결론을 그래프로 다시 한번 정리해 봅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가별 최종 성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느슨하게 대응할수록 최종 성적이 더 좋았다”입니다. 여기서 느슨하게 대응했다는 것은 건강한 사람들에 대하여서는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고위험군과 의료시스템 중심으로 대응했다는 의미입니다. 바이러스 전파는 무조건 막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믿어왔던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 이런 수수께끼가 어떻게 가능할까요? 


먼저 국가별 방역 성적부터 보겠습니다. 국가별 방역 성적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초과사망으로 <팬데믹 전 총 사망률>과 <팬데믹 기간 동안 총 사망률>을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코비드 19뿐만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망을 모두 다 고려하여 계산되죠. 코비드 19 사망률과 초과사망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 A와 B를 비교할 때 코비드 19 사망률은 A국가가 더 높으나 초과사망은 B국가가 더 높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더 나은 대응을 한 국가는 초과사망이 낮은 A국가입니다. B국가의 높은 초과사망은 잘못된 방역 정책으로 인하여 다른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들이 많이 늘어났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초과사망은 계산 방법에 따라서 조금씩 국가별 순위가 바뀌기는 합니다만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아래 결과는 Our world in data에서 제공하는 초과사망%입니다. 


1.     먼저 유럽권 국가들의 2020년 1월~2022년 12월 초과사망을 보겠습니다. 유럽권에서 가장 느슨한 대응을 했던 국가는 모두가 다 아는 노마스크, 노락다운의 스웨덴입니다. 그러나 현시점 스웨덴의 초과사망은 유럽 최하위권입니다. 최하위권에는 스웨덴 외에도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북유럽권 국가들은 다른 유럽권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느슨한 대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스웨덴의 초과사망은 항상 과대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비교 연도로 포함되는 2019년도 총사망률이 예외적으로 예년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입니다. 스웨덴은 2019년 겨울 평소보다 높은 온화한 기온 탓에 많은 고령자들이 독감과 같은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을 피해 갔고 이 분들이 2020년 봄 코비드 19 유행시 일차적인 희생자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다음은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초과사망입니다. 2020년 1월~2022년 6월 초과사망을 보면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느슨한 대응을 한 일본이 가장 낮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방역정책을 가졌던 싱가포르의 초과사망이 가장 높습니다. 한국은 싱가포르 다음입니다. 동아시아권의 경우 2022년 12월이 아닌 6월까지 초과사망을 비교한 것은 한국이 2022년 하반기 자료를 Our world in data에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3.     다음은 유럽권(파란색)과 동아시아권(노란색)의 초과사망 비교입니다. 여기서 2022년 하반기자료가 없는 한국의 초과사망은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초과사망 증가폭을 고려하여 추정된 값을 사용했습니다 모든 동아시아권 국가들이 유럽권 평균보다 낮은 초과사망을 보였는데, 특히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느슨한 대응을 했던 일본의 초과사망은 유럽과 동아시아를 통틀어 최하위입니다. 반면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엄격한 방역정책을 가졌던 싱가포르와 한국의 초과사망은 유럽권에서 가장 느슨한 대응을 했던 스웨덴의 초과사망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4.     마지막으로 초과사망과 비교 목적으로 코비드 19 누적사망률 순위를 제시했습니다. 동아시아권 3개 국가 모두 최하위권으로, 순위는 싱가포르, 일본, 한국 순으로 높아집니다. 대만의 코비드 19 누적사망률은 Our world in data에서 제공하지 않아 포함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즉, 동아시아권은 유럽권과 비교했을 때 코비드 19 사망률은 낮은데 비하여 상대적으로 초과사망은 더 높은 결과로 이어졌으며, 특히 엄격한 방역정책을 고수했던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이 차이가 뚜렷합니다. 유행 초기부터 동아시아권 국가들은 대응 수위와 관계없이 매우 낮은 코비드 19 사망률을 보였는데 우리 사회는 이 결과를 두고 아직도 K방역 덕분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죠. 



현재 우리 사회가 시급히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유행 초기 중국 입국자를 막지 않았냐? 와 같은 수준의 질문이 아닙니다. 방역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정반대로, 왜 유행 초기부터 느슨한 대응을 한다고 엄청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던 <유럽권 스웨덴>과 <동아시아권 일본>의 성적이 각각 해당 지역 최하위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우리 사회가 찾지 못한다면, K방역은 앞으로 영원히 정치방역의 수단으로 이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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