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는 지방이 누명을 뒤집어썼다는 주장에 100% 동의하는 연구자입니다. 특히 미국은 저지방식을 국가 정책으로 도입하면서, 비만을 포함하여 건강과 관련된 많은 지표들이 급속도로 왜곡되어 버린 대표적인 나라라고 봅니다. 흔히 정크푸드와 같은 식품산업을 현대 사회의 비만 문제를 야기한 범인으로 지목합니다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캐고 들어가 보면 거의 반세기 이상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을 문제의 근원이라고 확신했던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물론 시작은 누명이 아니고 신념이었을 겁니다. 건강과 관련된 국가 정책에 관여하는 연구자들은 신념 과잉인 경우가 흔해서 자신들의 방향성이 잘못된 것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슈든 정책으로 확정되면, 그 후에는 잘 못 생각한 것 같다는 자각을 해도 쉽게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그 방향성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지배해버렸다면 더욱 어렵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방 뒤를 이어 연구자들의 고문과 강압수사에 허위자백을 하고 있는 무고한 피고인들이 여럿 있다고 봅니다.
다시 지방의 누명으로 돌아가 보죠. 먹는 것과 건강을 다루는 공중파 방송은 실패해도 중박은 칩니다. 예전에 한번 다뤘던 소재들도 그럴듯하게 재포장해서 내 보내면 대중들은 즉시 반응합니다. 그런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면 볼수록 헷갈립니다. 어떤 날은 현미채식으로 병을 고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고, 다음 날은 간헐적 단식으로 건강해진 사람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최근의 핫 아이템은 저탄고지죠. 지난 2주간 방송한 “2019 지방의 누명”에는 저탄고지로 살도 빼고, 건강도 좋아진 6명의 젊은이들이 나옵니다.
이 식단들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라는 전통 영양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전혀 다른 식단입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하루빨리 이 전통 영양학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직도 영양학계에서는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는 영양소의 황금비율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래 호모 사피엔스는 다양한 먹거리를 기반해서 진화해왔던 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양학 관점에서는 극과 극을 달리는 이 모든 식단은 호메시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동일한 식단입니다. 세포 수준에서 mitohormesis, xenohormesis를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호메시스가 작동되면 우리 몸의 유지와 보수 기능이 개선되면서, 그 결과로 인슐린을 포함한 호르몬 작동도 제대로 되고, 염증 반응도 잡히게 됩니다. 따라서 당장 나의 건강만을 생각한다면 어떤 식단을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취향이라고 봅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의 건강, 그리고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이 생태계의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좀 더 고민거리가 많아집니다만...
적어도 “2019 지방의 누명”은 3년 전 방송에 비하면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짚어볼 사안들이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