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지방의 누명” 시청소감 2
동물성 지방 안에 광범위하게 축적된 유해화학물질의 존재에 대하여서는 여전히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3년 전과는 달리 빨주노초파남보 칼라풀한 채소들과 조화를 이룬 식단을 보니 그래도 다행스럽게 생각되더군요. 또한 이번 방송 출연진과 같이 살을 빼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일 경우, 다른 식단에 비하여 저탄고지가 가진 장점이 있다고 보였습니다. 체중 감소시에는 POPs와 같은 유해화학물질들이 지방조직에서 혈중으로 다량 흘러나오게 되는데 이들을 효율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지방을 넉넉히 먹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최근 연구 과정 중에 다시 한번 확인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저탄고지를 everybody를 위한 식단으로 권장하는 듯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듯한 한 출연자의 부모님들이 저탄고지를 하시면서 매우 흡족해하시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제가 앞서 치매에 대한 글에서 자세히 적어두었듯이 노년기가 되면 살을 빼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을뿐더러, 본인의 지방 조직 내에 평생 동안 축적해 왔던 화학물질들이 서서히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따라서 노년기의 저탄고지는 치매 위험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 하나 저탄고지를 평소 하고 계셨던 건강한 두 분이 탄수화물 양을 늘이면서 몸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이 중 한 분은 정제 탄수화물 식품 위주의 식사를 했으나 다른 한 분은 소위 건강한 탄수화물 식품 위주의 식사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 모두 몸 상태가 좋지 않아져 결국 건강한 탄수화물 식품을 먹어도 저탄고지가 우월한 식단임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아마 현미채식으로 건강을 유지하던 사람에게 3주 동안 저탄고지를 하도록 했더라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분은 저탄고지로 최고의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위해서 3주 동안 본인이 원하는 저탄고지가 아닌 다른 식단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부정적인 마음들이 고스란히 몸에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거든요. 추가적으로, 만약 건강한 탄수화물을 드셨던 분이 의도적으로 저지방식을 했다면 그 자체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그리고 이때 두 분의 몸이 나빠졌다는 객관성을 담보하는 지표로 활성산소 수치가 증가했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아직도 대부분 사람들이 활성산소를 오로지 선형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나쁘다고 확신하고 있죠. 그러나 활성산소는 그런 선형성의 존재가 아닙니다. 활성산소는 너무 높은 것도, 너무 낮은 것도 다 문제입니다. “적절한 양”의 활성산소, 특히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내는 활성산소는 인체의 유지 보수 기능의 최적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지방은 누명을 쓴 것이 맞습니다. 특히 적절한 지방 섭취는 담즙을 통한 지용성 화학물질들의 원활한 배출을 위하여 꼭 필요하므로, 모든 것이 오염된 현대사회에서 저지방식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채식주의자라 하더라도 식물성 식품의 기름 성분을 넉넉히 먹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저탄고지는 일종의 치료식단입니다. 반드시 체중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는, 대사 혹은 호르몬 이상을 가진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식단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일단 목표한 바를 달성하고 나면 장기간 하는 것은 재고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동물성 지방은 유해화학물질들에 대한 오염 정도가 매우 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환경 비용을 고려할 때 저탄고지가 everybody를 위한 식단이 되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정제탄수화물을 피하는 “저탄”은 매우 중요합니다만 복합 탄수화물에 기반한 진짜 음식들을 정제탄수화물에 기반한 가짜 음식들과 똑같은 탄수화물로 간주하는 것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