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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r 13. 2020

신종 코로나, 이젠 전략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최근 제 블로그 방문자와 구독자 수가 급증했습니다. 좋은 일로 늘어났으면 저도 덩달아 기쁠 텐데, 그렇지가 못하니 우울하기까지 합니다. 마지막에 올린 “신종 코로나 유행이 가능한 한 빨리 종식되려면..”이란 글은 페이스북으로 엄청나게 공유되었는데, 공감하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 역시 많았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에게 제가 이야기한 집단면역이 적자생존의 냉혹함으로 읽힌 듯합니다. 죽을 사람은 죽고, 남은 사람들끼리 집단면역 높여 우리 한 번 잘 살아보자..  정도로..

하지만 제가 그 글을 쓴 이유는 신종 코로나는 흑사병급 질병이 아니므로 우리가 상자 밖으로 나와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엄격한 전파방지 패러다임은 일견 보기에는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듯합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와 같은 성격을 가진 바이러스를 상대로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전파방지 패러다임을 "장기간" 고수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면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냈는데 환자는 죽어버렸다.."와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무증상자와 경미한 감기 증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선제 검사를 중지하고 환자의 신속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과 그 가족들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감염원이 되어서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고위험군이 걸리면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냐? 당신이 고위험군이면 그런 정신 나간 소리 하겠냐? 등등.. 


그러나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은 코로나를 포함하여 다양한 응급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전파방지의 관점에서도 선제 검사의 효과는 과장되어 있다고 봅니다. 감염병 유행의 초기 단계에서는 전파를 막기 위한 선제 검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후의 선제 검사는 구멍 뚫린 그물로 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신종 코로나와 같이 높은 전파력을 가지고 있으나 독성이 낮은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전파를 시작하면, 선제 검사를 통하여 찾아지는 무증상자와 경증환자는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전체 숫자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즉, 단지 검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있을 뿐, 상당수의 감염원이 이미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대중들이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면, 보다 더 철저하게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선제 검사를 통하여 모든 감염원은 국가가 관리해주고 있다는 "착각"은 사람들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습니다. 현재 주위를 살펴보면 고위험군조차 가장 중요한 전파방지 방법인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를 철저히 지키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제가 앞서 글에서 집단면역의 사례로 홍역을 언급하면서 신종 코로나도 인구의 90% 이상이 면역을 가져야 하는 정도로 이해하신 분도 많은 듯합니다. 어느 정도의 집단면역을 가져야 유행이 종식되는가는 감염재생산수라는 개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감염재생산수는 면역이 없는 인구집단에서 한 사람의 환자가 직접 감염시키는 평균 사람 수를 말합니다. 홍역의 감염재생산수는 12~18명 정도입니다. 신종 코로나의 경우 그 보다는 훨씬 낮기 때문에 홍역보다 낮은 집단면역으로 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큽니다만 1년 내에 전 세계 성인의 40~70%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거라는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학 교수의 발언을 집단면역의 관점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최근 인터뷰를 찾아보니 20~60%로 더 낮추어 잡았더군요.  


어제 보도된 독일 인구의 60~70%가 감염될 것이라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발언 역시 집단면역을 의미합니다. 메르켈 총리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현재 대부분 사람들이 감염자=환자라는 잘못된 공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집단면역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힘든 사회분위기입니다만, 의료 공백 없이 집단면역을 안전하게 서서히 올려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대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엄격한 역학조사 틀을 유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선제적 대응을 기조로 하여, 확진자로 판명되면 광범위한 접촉자 조사, 감염원 추적, 동선 파악 및 실시간 공개, 격리, 시설폐쇄, 방역소독 등이 프로토콜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선택한 전파 차단의 봉쇄 전략은 다른 나라에서는 (다양한 의미에서)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만큼 강력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있었던 WHO의 팬데믹 선언,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들, 무증상 감염자의 존재에 대한 뒤늦은 인지 등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장기전이라는 것입니다. 감염병 유행에 대한 "지속 가능한" 사회적 대응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시스템 위주로 과감한 방향 전환을 해 주어야 합니다. 방역의 실패가 아닙니다. 적의 실체를 파악하고 전략을 바꾸는 것일 뿐이죠. 지금의 정밀 역학조사는 그 효과도 의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중들이 다른 전략을 받아들이기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그동안 자기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었던 보호막이 일시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일상이 중지된 지 근 한 달이 되어갑니다. 정부가 선의를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므로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가 미안하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메르스 사태후 만들어진 우리 사회의 신종감염병 대응 프로토콜 자체가 혹시나 연구자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 제가 대구에 사는 것을 아는 몇몇 외국 교수가 메일로 안부를 물어왔습니다. 제가 답변을 꽤나 냉소적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만 명씩 진단하는 최신 진단키트로 무증상자와 경미한 감기 증상자를 대상으로 엄청난 수의 선별검사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의미 없는 확진자수만 급증하면서 문제가 나날이 꼬이고 있다.. 난 멀쩡하다.. 너네 동네로 놀러 갈까? 뭐.. 이런 식으로 답변을 하니 저한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묻더군요. 메일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규모 선별검사와 광범위한 역학조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생물학적 역학적 특성을 밝히는데 정말 중요하지 않냐? 그런데 넌 왜 부정적으로 보느냐? 다시 제가 답변했죠. 지역사회 전파 후 독성은 낮으나 전파력이 높은 바이러스를 상대로 하는 광범위한 선제 검사가 사회 전체적으로 어떤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니 그제야 저의 반응을 이해하더군요. 


네.. 외국 교수들이 처음 가졌던 생각, 바로 이것이 연구자적 마인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집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관련 대규모 자료들은 향후 신종 코로나에 대한 많은 것들을 과학적으로 밝히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해외의 연구자들과 언론들은 투명하게 만들어진 우리의 자료를 아낌없이 칭송할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우리 사회에 너무 큰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후에 누군가는 평가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분들은 제가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코로나 관련 글들을 올리고 있지 않느냐는 오해도 하시는 듯합니다. 저는 플라톤이 했다는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으로서, 늘 때가 되면 저에게 주어진 권리를 저의 판단에 따라서 성실히 행사하고 있는 일개 시민일 뿐입니다. 제가 비록 TK의 본고장에 살고 있긴 하나, 그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으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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