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이야기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머리 안에 종양이 3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난 후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지더군요. 그 전에는 틈만 나면 휴대폰에 저장해둔 MRI사진들을 쭉 늘어 놓고 얼마나 자랐는가 비교해보고 언제쯤 되면 치료를 시작할 것인지 고민하곤 했었거든요. 이제는 숫자가 여러 개니까 종양 하나 하나의 크기에 더 이상 마음쓰지 말고 그냥 사는 대로 살자 싶더군요. 왜 치료를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느냐는 지인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도 꽤 편리했고요.
그즈음 저는 태극권에 상당히 빠져 있었어요. 아니 그 당시에는 태극권보다는 참장공에 더 빠져있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습니다. 일주일에 2번이지만 출장이나 다른 일정이 없는 한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죠. 그런 성실함은 평소의 저하고는 아주 거리가 먼 덕목입니다. 제가 원래 호기심에 죽고 못 사는 성격이라, 저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뭔가가 없으면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계속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참장공의 세계는 저 같은 사람도 빠지게 만드는 그런 수수께끼 같은 흥미진진함이 있었습니다.
2016년 6월 1일, 새벽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일주일에 2번 저녁에만 가는 초급반과는 달리 새벽반은 일요일만 빼고는 매일 수련을 하는 반입니다. 길게는 10년 이상, 최소한 몇 년 이상 수련을 한 고수들을 위한 반이기도 하고요. 가고 싶다고 맘대로 갈 수 있는 반은 아니었는데, 제가 건강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시고 관장님께서 특별히 제안을 해주신 거죠.
새벽 수련을 시작한 후부터는 팔과 다리의 움직임은 서서히 줄어들고 이제는 몸 안 쪽에서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가장 먼저 나타난 반응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생식기 부분의 수축과 이완이었습니다. 부위가 부위 인지라 많이 당황스러웠죠. 다음은 그 움직임이 복부 쪽으로 옮겨오더군요. 복부 장기 들에서 느껴지는 수축과 이완을 한 동안 경험한 후입니다. 저의 평상시 변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이 검고 끈적끈적한 기름이 도는 듯한 엄청난 양의 변을 두어 차례 보게 됩니다.
그러기를 며칠, 세상에! 이제는 그 힘이 등줄기를 휘감아 돌아서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는 것 아닙니까? 그 형상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너무나 흡사했어요. 현재 WHO의 상징이기도 한, 지팡이를 천천히 휘감고 올라가는 한 마리의 뱀.. 죽은 사람까지 살리는 능력을 가졌다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이 경험을 한 것이었을까요?
등줄기를 올라온 그 기운은 목 근처에 와서 멈추었다 시작했다를 수 차례 반복하더니만 드디어 그 알 수 없는 힘이 머리끝까지 이릅니다. 이제는 두개골을 둘러싼 피부들이 강한 수축과 이완을 시작합니다. 입술과 혀가 아주 약한 전류에 감전이나 된 듯 느껴집니다. 조금 지나니 이번에는 두개골을 둘러싼 피부와 생식기 근육들이 동시에 수축과 이완을 반복합니다. 여태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 듯했습니다.